미중 합의에 안전자산 랠리 '주춤'...그램 당 14만2000원대
시장에서는 이미 금 가격이 고평가 국면이라는 인식 공유
ETF 투자자금 역시 근 한 달 간 감소 추세
증권가, 중앙은행의 금 매입 등 장기적 상승 모멘텀 유효

[파이낸셜뉴스] 미중 관세 합의를 통해 무역전쟁 긴장감이 일부 완화되면서 그간 안전자산으로 대피했던 투자자금이 주식시장 등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에 불확실성 속에서 상대적 매력도를 발하던 금 가격은 약세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금 가격이 그간 고평가 국면에 있던 만큼 단기적 가격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장기 상승 모멘텀은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오후 1시 기준 국내 금 가격은 그램(g)당 14만2080원으로, 전일대비 3.82%(5640원) 떨어졌다. 종가기준 지난 3월 1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2일 미중 관세 인하 합의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에 접어드는 등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된 것이 주효했다. 이날 미 증시 주요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으며,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35% 오르는 등 강한 반등이 이뤄졌다. 반면 관세 불확실성 속에 상승 랠리를 달리던 안전자산 전반은 가격 모멘텀이 둔화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 가격이 고평가 국면이라는 인식이 공유돼왔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5월 기관투자자 대상 서베이에서 금 가격이 고평가돼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기존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2011년의 응답 비율을 뛰어넘었다. 아울러 지난 2월을 기점으로 급증해온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금 역시 지난 4월 21일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관세 긴장 해소 기조가 유지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금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앙은행의 금 매입 지속 등으로 장기적 상승 모멘텀은 남아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LS증권 홍성기 연구원은 "연간 20%의 가격 상승 효과를 가져올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금협회에서 집계한 올해 1·4분기 중앙은행 및 정부 기관의 금 매입은 243톤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연간 1000톤의 매입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금융자산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현상 역시 금 가격의 장기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이피모건은 외국인의 미국 금융자산 57조달러 중 일부가 금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 현재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약 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금의 비중이 0.5%p(포인트) 상승할 경우 오는 2029년까지 금 가격은 6000달러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프리즈 그룹 역시 지난 1980년 금 가격의 정점 당시 미국의 1인당 가처분 소득 대비 금 가격이 약 10% 수준이었던 점을 들어 금 가격이 최대 6500달러까지 상승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홍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이같은 극단적인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결국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며 "과거 미국 헤리티지 재단에서 발간한 [프로젝트 2025]는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논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상당 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의 장기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는 무엇보다도 향후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의견을 모은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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