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산하에 배드뱅크를 설립해 상환능력이 없거나 떨어지는 서민·취약계층 113만4000여명의 장기연체채권 16조4000억원어치를 일괄 매입한 뒤 소각 또는 채무조정하기로 했다. 매입 대상 장기연체채권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채권이다. 총 소요재원 8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4000억원은 금융권 등과 협의해 채울 예정이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상 취약차주에게만 적용됐던 채무원금 90% 감면, 최대 20년 분할상환 혜택을 10만1000여명의 저소득 연체차주에 대해서도 확대하기로 했다.
■캠코 출자 배드뱅크 신설..내년 하반기부터 113.4만명 장기연체채권 본격 소각
금융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및 새출발기금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추경 예산안에 따르면 고금리 기간 누적된 채무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취약차주 143만명을 대상으로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를 시행할 계획이다.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에는 △장기연체채권 매입·소각 △새출발기금 확대 △성실회복 프로그램 등이 포함됐다.
먼저 정부는 16조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심사를 거쳐 소각 또는 채무조정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채권이다. 송병관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이번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뒤쳐져 장기간 빚의 늪에 빠진 이웃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재기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 차원에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신설·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각되는 장기연체채권은 채무자가 상환능력을 상실했고 중위소득 60% 이하이자 회생·파산 인정 재산 외 처분가능재산이 없는 경우로 제한된다. 송 과장은 "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환능력을 상실한 연체자만 엄격하게 선별해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무조정 대상 장기연체채권은 채무자가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다. 원금 최대 80% 감면과 분할상환 10년 등 기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보다 강화된 채무조정이 적용된다.
순서는 캠코 출자로 배드뱅크(채무조정 기구)를 설립하고 금융회사간 협약을 체결한 뒤 협약 금융회사가 채무조정 기구에 대상 채권을 일괄 매각한다. 배드뱅크가 매입한 채권은 즉시 추심중단 후 철저한 소득·재산 심사를 거쳐 소각 또는 채무조정된다.
올해 3·4분기에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발표된 이후 금융회사간 협약 체결 및 관련 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을 진행하면 심사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소각 및 채무조정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방안으로 총 113만4000여명의 서민·취약계층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금융위는 추정했다.
금융위는 대부분의 금융사가 배드뱅크와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송 과장은 "현재 새출발기금 협약 대상 기관이 3500개 정도, 캠코가 보유한 개인 연체채권매입펀드도 3018개, 신용회복위원회 프로그램도 7000여개 된다"며 "금융회사가 협약에 많이 참여할수록 장기연체채권을 많이 매집해 소각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협약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재원은 8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정부는 4000억원은 2차 추경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4000억원은 금융권 등과 협의해 마련할 예정이다. 송 과장은 "관련 예산심사가 끝난 뒤 금융권과 재원 조달을 위한 협의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출발기금 원금 90% 감면 대상도 확대..10.1만명 수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서도 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채무경감 수준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윤경 금융위 기업구조개선과장은 "상환능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은 만기연장보다는 과감한 채무조정이 실질적 재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느라 불가피하게 늘어난 채무에 대해 재정이 책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새출발기금에서 총채무 1억원 이하, 중위소득 60% 이상의 저소득 소상공인의 무담보 채무에 대해 채무원금을 90% 감면하고 최대 20년 분할상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원금 60~80% 감면, 최대 10년 분할상환보다 지원폭이 확대된 것이다.
지원대상도 2024년 1월 이후 신규 창업한 차주까지 신청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2020년 4월에서 2024년 11월 이후로 돼있다. 금융위는 이번 개선으로 10만1000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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