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조직개편 확정되자 희비 교차
재정-예산 쪼개지는 기재부는 반응도 반반
산업부 '멘붕', 통상 지켰는데 에너지 떼일 판
결정나는 연말까지 속앓이, 일 손도 안잡혀
정권 교체따라 조직개편, 공직사회 피로감
재정-예산 쪼개지는 기재부는 반응도 반반
산업부 '멘붕', 통상 지켰는데 에너지 떼일 판
결정나는 연말까지 속앓이, 일 손도 안잡혀
정권 교체따라 조직개편, 공직사회 피로감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의 조직개편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주요 부처들의 희비가 갈렸다. 정책 수립과 집행에 효과적일지, 조직 내 인사 숨통이 트일지 속내는 복잡하다. 조직이 상당 부분 해체될 상황에 처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공룡 부처는 체념한 듯 말을 아낀 채 속앓이 중이다. 세를 크게 키운 환경부는 표정 관리 중이다. 그러면서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면서 국회 협의 등 막판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직이 해체되는 부처는 장관과 조직 내 물밑 설득과 신경전을 벌였지만 정치인 장관 등 힘겨루기에서 밀려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불만과 패배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조직개편이 "역량 제고"라는 순기능보다 복지부동 공무원 사회의 무기력증을 더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차·포 떼이는 기재부·산업부
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기재부와 산업부, 양대 부처가 사실상 해체 재편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자 세종 관가는 "올 것이 왔다"는 자포자기 분위기가 역력하다. 입법·행정권을 장악한 정권에서 조직 개편에 불만을 제기했다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론 안도와 불만이 교차하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조직 개편에 "그러려니" 하는 쪽과 새 조직이 생기면 꽉 막혔던 인사 적체가 풀리고 활력이 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갖는 쪽이다.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은 양대 공룡부처로 꼽히는 기재부와 산업부에 집중된다.
기재부는 비대한 권한을 분산한다는 취지로 예산과 재정 정책을 떼내는 것으로 확정됐다. 17년 만의 조직 재편이다. 경제·재정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와 장관급 기획예산처 부활로 개편된다. 기획예산처는 총리실 산하로, 재정경제부는 경제부총리급으로 유지된다.
재정경제부에는 해체 재편되는 금융위원회 국내 금융정책 파트가 다시 합쳐진다. 금융위로 떨어져 나간 지 17년 만에 재통합이다. 200여명의 인력은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동하게 된다. 기획예산처는 장관급으로 분리된다. 예산 기능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과 경제 전략 수립, 공공기관 평가 관리 등의 정책도 넘겨받는다. 총 인원은 400여명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에서 "어떻게든 쪼개질 운명"이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기재부는 막상 조직 해체가 확정되자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긴밀히 협력해야 할 예산과 중장기 재정, 경제정책과 세제 정책이 컨트롤타워가 다른 부처로 분리돼 소통이 어려워지고 정책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는 비판을 받아온 기재부는 '슈퍼 갑' 부처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재부는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세입 전망을 잇따라 실패하고,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경기 악화와 세수 부족 등을 가져온 책임을 지고 있다. 기재부 외청인 이른바 '4청(국세청 통계청 관세청 조달청)'의 수장 인사에서 단 한 명도 들지 못한 것으로 기재부 출신을 중용하지 않겠다는 이번 정권의 인사 방침도 확인됐다.
산업부는 '멘붕' 상태다. 부처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2차관 에너지실이 날아갈 판이어서, 인적 규모로 산업부는 사실상 반토막 날 처지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사 등 덩치 큰 공기업 상당수가 에너지 쪽이어서 충격은 상당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 통상과 연계해 원전과 신재생, 친환경 발전 등 정책을 세워 집행하는데, 뭐든 앞으로 힘들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내부에선 통상은 지켜냈지만, 이보다 더 큰 축인 에너지 파트를 지켜내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 준비에 매진하면서 우리 조직을 지키는데 설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다. 이 때문에 산업부 내부에선 "사방에서 둑이 터지는데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뗐다 붙였다" 지친 공직사회
침통한 공룡부처와 달리 환경부는 표정 관리 중이다.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을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몸집을 크게 확장한다. 기후와 에너지, 성질이 다른 두 파트를 한 부처로 합치는 데 정치인 출신인 김성환 환경부 장관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논란과 우려는 가시질 않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 진흥과 규제의 상반된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정책 실험을 하다가 고비용의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산업부 에너지 파트의 적지 않은 인력이 기존 환경부 조직과 화학적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원전 정책과 에너지고속도로 정책도 논란과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만에 하나 기후에너지의 통합 정책이 실패로 끝났을 때 국가적으로 상당한 유무형의 비용을 날리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부의 위상과 몸집이 커지는데 원전과 같은 에너지 육성과 확장, 환경 규제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과 정책적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요즘은 복지부동이 아니라 '낙지부동'"이라면서 공직사회의 적극행정을 촉구한 점에서 조직 개편은 역동성과 역량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조직 개편에 공무원들은 "또 5년짜리 부처 아니냐"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무형의 비용이 투입되는 정부 조직개편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뗐다 붙였다 하는 게 아니라 정책 효율이고 집행능력"이라는 지적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이보미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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