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별 노사 입장차 극명
정부 "재계 우려, 과도·과장"
"추후 기준·절차 마련"
지난 6월 1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이 연 최저임금노동자 민주노총 공동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 촉구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노사 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노란봉투법(노조법2·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다. 선(先) 입법 수순을 밟으면서 법 시행 유예기간 동안 정부의 조정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주요 쟁점인 사용자성·노동쟁의 적용 범위 등에 대한 기준을 6개월 내 정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새로운 조항에 대한 판례 등이 부족한 관계로 법 시행 이후 현장 혼선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선 입법 수순을 거칠 예정이다.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오는 4일 본회의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 정부의 심의·의결도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경영계가 요구한 노사 간 사회적 대화 선행을 건너뛴 속도전이다.
정부는 법 시행 유예기간(6개월) 동안 쟁점 조항들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노사의 입장이 명확하게 대치하고 있는 쟁점별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고, 단기간 정리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 노조법 2·3조 개정안 쟁점별 노사정 간 시각차 |
| 쟁점 |
쟁점 조문 |
경영계 |
정부 |
노동계 |
| 사용자성(2조2호) |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
수십~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일일이 원청에 교섭 가능 |
특정 근로조건 관련 실질·구체적 지배·결정권 있는 경우만 인정. 1년 내내 수십~수백개 하청과 교섭한다는 건 과도한 우려 |
하청에 실질적 지배력 행사하는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 회피...이중구조 문제 해결 |
| 끊임없는 원청 대상 쟁의행위로 원-하청 간 협업 생태계 붕괴 |
법 시행 유예기간 동안 노동위원회·법원에서 나온 원청 사용자성 사례 등을 기반으로 판단기준·교섭절차 마련 |
노동자 단체교섭권 보장하는 정당한 법적 장치 |
| 노동쟁의 개념 확대(2조5호) |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노사 간) 주장의 불일치‘ |
해외투자, 인수합병, 공장 이전 등 고도의 경영상 판단도 쟁의행위 대상 돼 경영권 위축 |
단순한 투자·공장증설 자체만으로 노동쟁의에 포함되는 건 아님. 경영상 결정 중 정리해고 등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 있어야 |
노동자 파업권을 기업 손실로만 보는 단기적 시각 |
|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국내 경쟁력 약화 |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노동쟁의에 해당하거나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건 과장된 우려 |
노동권 보장 확대가 예측가능한 경영환경 형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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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법 2·3조 개정안 쟁점별 노사정 간 시각차 |
| 쟁점 |
쟁점 조항 |
경영계 |
정부 |
노동계 |
| 손해배상 제한(3조) |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노조 또는 근로자에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등 |
노조가 불법적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 불가능 |
노조활동이 무조건 면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님. 이 법에 명시된 정당한 쟁의행위는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 |
사용자 측의 과도한 손해배상이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겁박수단으로 활용돼 옴 |
| 파업만능주의 우려 |
현재도 노조법에 의한 정당한 노조 활동은 민·현사상 면책·보호. 이러한 민사상 면책을 더욱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 |
노사 간 균형 이루기 위한 필수적 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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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에서 노사정의 시각이 각각 엇갈린 주요 쟁점은 크게 △사용자성(2조2호) △노동쟁의 개념 확대(2조5호) △손해배상 제한(3조) 관련 조항이다. 이 중에서도 사용자성과 노동쟁의 개념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재계는 이번 개정안의 사용자성, 노동쟁의 개념 확대 부분에 대해 '수십~수백개에 달하는 하청노조의 끊임없는 쟁의·파업으로 인한 원-하청 협력 생태계 붕괴', '해외투자, 공장증설 등 고도의 경영상 판단도 쟁의 대상화로 인한 경영권·산업경쟁력 악화'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과도한 과장된 우려'라며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 사례로 최근 1심 법원이 하청노조가 현대제철·한화오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청의 일부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들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위가 인정돼야 하는 경우에 한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근로조건에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는 "정리해고와 같이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근로조건의 변경을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경우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구체화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으로,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과장된 우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정부의 해명에도 현장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사용자성 분야에서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개념은 지금까지 주로 법원 판결에서 언급돼 왔지만, 법안에 핵심조항으로 명시되는 만큼 이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고 세부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이 경영계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업상 경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라는 내용이 추가되는 노동쟁의 개념 관련 기준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정부는 하청 교섭창구 단일화 등의 과제도 안고 있다.
약 6개월 간의 시간이 주어진 정부는 최근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전문가 참여 연구를 시작했다.
일각에선 이처럼 노사관계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기준을 입법을 먼저 강행하고 6개월이란 시간 내 쫓기듯 후속조치를 준비하는 것이 무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존 노동위, 하급법원을 중심으로 판결이 형성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원하청 교섭에 필요한 매뉴얼과 지침을 마련하겠다"며 "어느 정도의 직접성·연관성 수준을 가져야 하는지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쌓여 나가고 기준들이 만들어져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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