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거대여당 강성대표, 협치 없인 李정부 성공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3 19:11

수정 2025.08.03 19:11

8·9월 입법 강행에 여야 극한대립
정치혐오 넘어 민주주의 복원해야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수투표에서 야당 의원들이 반대에 손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수투표에서 야당 의원들이 반대에 손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하반기 국회는 그야말로 극한대립의 끝판을 보여줄 전망이다. 8월 임시국회에서는 방송3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뜨거운 사투가 우려된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입법 강행을 막을 태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살라미' 전략으로 하나씩 순차 처리할 방침이다. 이에 법안 상정에 대한 필리버스터와 표결 강행이 반복되는 소모전이 예상된다.

9월 정기국회는 더욱 격렬한 충돌이 예고된다. 민주당이 검찰개혁 4법 처리를 공언한 데다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요구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정치 갈등구도가 단기간에 순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설 때 실용주의와 협치를 표방하면서 국민들의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막상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집권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무기로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이 무리한 입법 몰아붙이기에 나섰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의 경우 재계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데, 입법 주도권을 쥔 여당은 한 치의 양보도 안 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최소한의 양보도 없이 밀어붙이는 여당의 행태에 대해 과연 건전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민주당의 새 당대표가 강성 메시지를 표출하면서 야당과 거친 마찰이 예고된다. 정청래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며 "내란에 대해 사과하기 전까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검찰·언론·사법 개혁의 추석 전 완료를 공언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거대 집권 여당의 정치적 독주 속에 야당도 강성 지도부의 등장이 임박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내부 분란을 수습하고 여당의 전방위적 정치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새 당대표 선출 절차를 밟고 있다. 여당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당내 여론은 강성 지도부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분위기다. 양당 모두 강성 지도부 체제로 재편되면 타협과 협상의 여지는 없게 된다. 전체적으로 국회 일정뿐만 아니라 양당 지도부의 리더십 구도 역시 국회 파행을 낳을 징조를 보인다.

국민들의 정치혐오는 이미 위험 수준이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입법 몰아붙이기는 관용과 타협의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다. 더구나 여야 대치구도는 국민이 없는 정치공학에 빠질 오류가 크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권력 쟁탈이 고착화되면 정치외면은 극심해진다.

우리나라는 지금 거대한 국내외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머리를 맞대야 할 판에 국내 정치가 사분오열될 지경이다. 경제위기 극복과 대외 협상력 강화를 위해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할 시점에, 정치권은 내부 충돌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거대 여당의 신임대표가 먼저 진정한 협치의 자세를 보여 주어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