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믿었던 캄보디아 삼촌에 발등 찍힌 태국 최연소 총리...탁신家 세 번째 해임 총리로 1년만에 퇴장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9 18:28

수정 2025.08.29 18:32

태국 헌재 "국가 자존심 지키지 못해...윤리 위반" 이유 해임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패통탄 친나왓 총리는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고 국가 이익보다 개인적 이해를 앞세웠다. 이는 심각한 윤리 기준 위반이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29일 패통탄 태국 총리를 윤리 규정 위반 혐의로 해임하면서 판결문에 해임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취임 이후 불과 1년 만의 퇴진으로, 태국 정국은 또다시 혼란에 빠지게 됐다.

[일간 크메르타임스 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일간 크메르타임스 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믿었던 삼촌의 통화 유출로 '실각'
패통탄 총리는 지난 6월 15일 유출된 훈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전 총리)과의 전화 통화가 유출되면서 헌법재판소로부터 지난달 1일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패통탄 총리는 훈센 의장과의 대화에서 캄보디아 접경지를 담당하는 태국군 사령관을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험담한 사실이 유출되며 태국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패통탄 총리는 훈센 의장을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패통탄의 아버지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1992년 통신 및 텔레비전 사업을 위해 캄보디아에 진출하며 훈센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둘은 곧 의형제를 맺었다. 그러나, 태국 정부가 캄보디아와 국경 분쟁 중인 지역을 폐쇄하면서 캄보디아 카지노 사업의 '큰 손'인 태국인들의 발길이 끊겨, 캄보디아 관광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 이에 더해 태국 경찰이 훈센의 조카가 연루된 캄보디아 보이스 피싱 사기단을 수사하면서 양 가문의 사이는 멀어졌다.

패통탄 총리는 국경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려 했다고 해명했으나, 태국 국내 여론은 총리가 국가 안보 사안에서 지나치게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고 반발했다.

패통탄 총리는 태국 헌재의 심리에서도 전쟁을 피하려 한 협상 전략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직위 해제를 결정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 패통탄, 탁신家 세 번째 해임 총리
지난 20여 년간 군부와 왕당파 보수 세력, 사법부와 대립해온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친나왓 가문 정치세력은 또 한 번의 타격을 입게 됐다.

패통탄 총리는 17년 만에 다섯 번째로 헌재 판결로 자리에서 물러난 총리가 됐다. 특히 부친 탁신 친나왓 전 총리(2006년 군사 쿠데타)와 고모 잉락 친나왓 전 총리(2014년 헌재 판결)에 이어 가문 내 세 번째 총리 해임 사례다.

태국 정계 은퇴 선언한 '쿠데타로 9년 통치' 쁘라윳 총리 (푸켓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육군 참모총장이던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직에 오른 뒤 9년간 자리를 지켜온 쁘라윳 짠오차(69) 총리가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치를 그만두고 소속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RTSC)에서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3년 5월 7일 태국 푸켓에서 재선거 유세하는 쁘라윳 총리.[자료사진] 2023.07.12 yerin4712@yna.co.kr (끝)
태국 정계 은퇴 선언한 '쿠데타로 9년 통치' 쁘라윳 총리 (푸켓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육군 참모총장이던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직에 오른 뒤 9년간 자리를 지켜온 쁘라윳 짠오차(69) 총리가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치를 그만두고 소속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RTSC)에서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3년 5월 7일 태국 푸켓에서 재선거 유세하는 쁘라윳 총리.[자료사진] 2023.07.12 yerin4712@yna.co.kr (끝)
태국 정계 시계제로
이번 판결로 패통탄 총리는 즉시 직을 잃게 됐다. 지난달 1일 직무정지 처분 당시부터 내각을 맡아온 푸탐 웨차야차이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유지해, 새로운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임시로 국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현 내각은 필요할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추진할 수도 있다.

총리 후보군은 사전 지정된 5명으로 한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 여당인 푸어타이당 소속은 차이카셈 니티시리 전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나머지 후보로는 아누틴 찬위라꿀 전 부총리(부미자이당), 정계 은퇴 상태지만 여전히 후보 명단에 있는 쁘라윳 찬오차 전 총리(국민국가당), 피라판 살리랏타위팟 부총리 겸 에너지장관(국민국가당), 쥬린 락사나위싯 전 부총리(민주당)가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군부의 쿠데타도 거론된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정치리스크에 발목 잡힌 경제
정치 공백은 경기 침체와 개혁 지연에 대한 국민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하고 있으며, 여당 푸어타이당이 연정을 유지하더라도 취약한 과반에 머물 가능성이 커 야당의 조기 총선 압박과 잦은 의회 공세에 직면할 전망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