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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효과?… 상고심 첫 '전담국선 선발'에 뜨거운 경쟁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2 18:23

수정 2025.09.02 18:30

하급심은 선발 경쟁률 바닥 찍어
첫해부터 경쟁률 13대1 '이례적’
상징성·커리어 매력에 지원 몰려
서면심리 집중 사건 처리 속도↑
낮은 보수 등 처우개선은 과제
대법원 효과?… 상고심 첫 '전담국선 선발'에 뜨거운 경쟁
대법원이 처음으로 시행한 상고심 전담 국선변호사 선발에서 경쟁률이 13대1에 달했다. 매년 경쟁률이 감소하던 하급심 국선전담변호사와 달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배경에는 상고심 사건의 특수성과 대법원이라는 상징성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애초 '국민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서,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한 선호도의 반등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부터 근무하는 올해 대법원 국선전담변호사 채용에는 39명이 지원해 최종 3명이 선발됐다. 경쟁률은 13대1로, 올해 초 1·2심 국선전담변호사 경쟁률(3.3대1)의 4배 수준이다.

지난 2016년(15.2대1)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국선전담 선발 경쟁률 중 최고치다. 특히 하급심 국선전담변호사 경쟁률이 최근 3년간 하락세 끝에 올해 초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상황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반전이다. 국선변호인은 경제적 여건 등으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피고인을 위해 법원이 국가 비용으로 선정하는 제도로, 2023년 전체 형사공판 피고인의 40% 이상이 이용할 만큼 수요가 크다.

이번 제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대법원에선 기존에 일반 국선변호인만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선사건만 전담으로 하는 '전담변호사'와 달리 '일반 국선변호인'은 건별로 사건을 맡는다.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으로, 공판 없이 서면심리로 대부분 진행되는데, 일반 국선변호인이 매년 약 1만4000건의 상고사건을 담당한다. 국선 의존도는 지난 2019년부터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상고심 국선전담변호사 신규 채용으로 사건처리와 조력에 속도를 낼 거란 기대가 나온다. 대법원은 "신규 위촉된 전담변호사는 신속하게 피고인을 접견하고, 사실심 단계에서 작성된 방대한 사건기록을 면밀히 검토해 법리적으로 적합한 상고이유서 또는 답변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높은 경쟁률의 원인에 대해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선 '첫 도입 효과'와 '대법원이라는 상징성'을 꼽는다. 상고심은 사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기록 검토가 많아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향후 경력법관 임용 등 커리어상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라는 상징성에서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관할지가 전국이라 접견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법 소속 한 국선전담변호사는 "워낙 적게 뽑아서 생긴 착시효과"라며 "상고심 사건 수와 비교하면 최소 6~7명은 뽑았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높은 경쟁률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다. 대법원 전담변호사는 위촉 초기 월 600만원을 받으며, 2년 뒤 재위촉마다 100만원씩 올라 최대 800만원 수준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사무실과 월 60만원의 운영비가 제공되지만, 재판기록 열람복사비·직원 인건비·접견 교통비 등을 모두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실제론 일반 사선변호사 보수보다 한참 낮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상고심 전담 변호사는 월 30~50건을 맡게 되는데, 하급심 전담(20~35건)보다 사건의 양도 많다.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인 소송기록 접수통지로부터 20일 이내에 접견을 마치고 서면을 작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 강도는 상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처우개선 없이는 이번 경쟁률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은숙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국선전담변호사는 각종 운영비를 스스로 부담하고 있는데, 물가상승 및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운영비 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어 경력이 쌓일수록 실질 급여는 줄어드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국선변호인의 낮은 보수는 부실한 변론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국선변호를 받는 국민의 권리 실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