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시험의 나라에서 성장의 나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7 18:56

수정 2025.09.17 19:37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내 아이도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잘되길' 바라며 안정적이고 부유한 삶을 위한 '교육 게임'에 빠진 '시험의 나라'.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심지어 '7세 고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현실은 사회적 우려를 자아낸다. 미래 사회를 헤쳐나갈 힘을 기르는 대신 특정 직업의 틀 속에 가두고, 정해진 좁은 길만 달리도록 강요받는 듯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청소년정책 예산은 올해보다 230억원 늘어난 2679억원 규모다. 이번 증액은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실패해도 괜찮은 경험을 보장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의미를 가진다.

청소년의 성장은 곧 국가의 성장이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건강한 시민 역량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초석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투자하는 수준은 턱없이 부족하다. 청소년을 위한 예산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미래 사회는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사람과 협력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교육 방식과 청소년정책이 이런 흐름에 맞춰 전환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세대가 바로 알파세대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접하며 자란 '디지털 온리 세대'다.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감수성이 높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처럼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세상과 연결되려는 열망이 크다. 이제 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AI와 같은 첨단 도구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교실 밖 체험과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실패 속에서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알파세대가 요구하는 미래 청소년활동의 핵심 역량은 세 가지다. '나를 아는 힘(메타인지)' '관계 맺는 힘(공감능력)' '세상을 탐험하는 힘(실험정신)'이다. 이 세 가지 역량은 단순히 특정 세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역량이 학교 교과서 속 지식으로만 길러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청소년정책의 목적은 단순히 '보호'가 아니라 '성장'이어야 한다. 지금은 잘 닦인 길만 걷는 사람이 아니라 없는 길을 만들어내는 경계선의 모험가가 필요하다. 그러한 인재는 입시 경쟁만으로는 결코 길러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스스로 탐험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소년정책 예산 증액은 분명 희망적인 출발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오늘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 곧 대한민국의 내일을 견고하게 세우는 일이다. 더 큰 투자와 관심, 열린 교육의 변화가 절실하다.
청소년들이 단순한 시험 준비생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열어갈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