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했다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
[파이낸셜뉴스]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이어도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했다면 특허권 사용료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해외에만 등록된 특허의 경우 국내에서 과세할 수 없다는 판례가 33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8일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미국법인 A사는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D램 반도체 관련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의 법적 분쟁은 몇 년간 이어지다 특허권 라이센스 및 화해계약을 체결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014년 A사에 특허 사용료 160만 달러를 지급했고, 사용료 소득에 대한 법인세 3억여원을 원천징수해 납부했다. 이듬해 SK하이닉스는 사용료 소득은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에 해당하므로, 소득의 원천을 국내로 볼 수 없다며 과세 당국에 법인세 환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SK하이닉스는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2심은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을 규정한 한미 조세협약 조항을 들며 "특허 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했다.
'미국법인이 특허권을 국외에서 등록했을 뿐 국내에는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미국법인이 그와 관련해 지급받는 소득은 그 사용의 대가가 될 수 없으므로 이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한미 조세협약에서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라면서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은 특허가 등록된 국가가 어디인지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면 이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노태악·이흥구·이숙연 대법관은 "한미 조세협약에서 말하는 '특허'는 등록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권리로서의 특허권을 의미하고 보호대상에 불과한 발명이나 기술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며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의 사용'은 해당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논란이 된 한미 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에 대한 통상적인 의미나 문맥상 의미, 조세조약의 정의되지 않은 용어에 관한 해석방법 등에 관해 명확히 밝힌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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