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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세종대왕, 법을 왕권 강화 위한 통치 수단으로 삼지 않아"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2 11:32

수정 2025.09.22 11:32

대법원 국제행사서 개회사
정치권 압박 관련 직접적·구체적 언급은 없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대법원 국제행사에서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백성을 중심에 둔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법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행사는 세종대왕의 법 사상을 세계와 공유하고, 법치주의의 미래와 사법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대법원이 개최하는 국제행사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은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라는 '민본사상'과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백성을 위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종대왕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형사사건 처리 절차를 분명하게 기록하게 했고,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체되지 않도록 하며, 고문과 지나친 형벌을 제한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사법의 전 영역에서 인권 존중의 가치를 일관되게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거론하며 "훈민정음은 백성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정의의 문자이자, 법치주의 정신을 구현한 제도적 장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비록 시대와 국가 그리고 언어와 제도가 서로 다를지라도, 우리 인류가 함께 지향하는 법치주의의 이상은 곧 우리가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라며 "이러한 가치를 토대로 우리는 더욱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종대왕이 소통과 상생의 가치를 중시했다는 점을 들어 "법의 공포와 집행에 있어서는 백성들에게 충분히 알렸다"며 공법 시행을 앞두고서는 전국적으로 민심을 수렴해 백성들의 뜻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근 여권에선 조 대법원장의 '4인 회동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와 관련해 직접적·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