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성폭행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쇠파이프로 위협…'무죄' 이유는[서초카페]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30 09:51

수정 2025.09.30 16:50

1심 유죄→2심 무죄 뒤집혀
"추가 범죄 예상되는 상황 아냐…경찰 부적법한 직무집행"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키 189.7㎝, 몸무게 89㎏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를 듯 위협을 했지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경찰이 적법한 공무집행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같은 위협 행위를 했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3년 8월 광주의 자택에서 여자친구 B씨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쇠파이프로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남자친구한테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는데, 경찰이 출동했을 때 B씨는 집 밖으로 쫓겨난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현관문을 두드리고 이름을 불렀지만, 인기척이 없자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소리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초 경찰들은 신발장 앞에 있었지만,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에 있던 A씨는 경찰들에게 "나가"라고 소리쳤고, 베란다에서 쇠파이프를 가져와 경찰에게 휘두를 듯이 위협했다.

1심과 2심 모두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피해경찰관을 쇠파이프로 때릴 듯이 위협한 피고인의 행위는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경찰이 적법한 직무집행을 하지 않았으므로, A씨가 경찰을 위협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A씨가 자해, 자살을 시도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었고, B씨가 이미 주거지에서 나와 피고인과 분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범죄 행위 발생이 예상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무집행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봤다.

직무집행법은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등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피고인의 범죄 행위는 이미 종료된 상태였고, B씨는 주거지에서 나와 피고인과 분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범죄행위의 발생이 예상되는 것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