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베선트 "미중간 실질적 교류"...희토류 촉발 분쟁 극적 봉합되나 [미중 갈등 장기화 조짐]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3 19:24

수정 2025.10.13 21:29

美, 내달 中에 추가관세 예고하자
中 희토류 이어 소재 무기화 공세
리튬·인조다이아몬드 수출통제땐
美 AI데이터센터 인프라·칩 타격
세계 여성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아이슬란드의 할라 토마스도티르 대통령(왼쪽)이 13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여성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후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 EPA연합뉴스
세계 여성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아이슬란드의 할라 토마스도티르 대통령(왼쪽)이 13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여성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후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 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서울·뉴욕=김경민 기자 이병철 특파원】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로 촉발됐던 미중간 갈등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주말 동안 실질적인 교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양국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베선트 "상당 부분 긴장 완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말 동안 양국 간 실질적인 교류가 있었고 상당 부분 긴장을 완화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11월 1일부터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은 명령과 통제의 경제이지만 그들이 우리를 지휘하거나 통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중간 갈등은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재점화 됐다.



홍콩 명보도 13일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맞서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며 고급 리튬이온 배터리와 인조다이아몬드 수출통제를 다음 달 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저장장치 등 현대 산업의 핵심 소재로 올해 1~7월 미국 수입의 65%가 중국산이었다. 인조다이아몬드는 반도체·레이저·정밀기기 등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전략자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금지와 퀄컴 인수 제동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분석한다. 워싱턴 싱크탱크 CNAS의 에밀리 킬크리스 연구원은 "중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통제는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직접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도 "중국이 인조다이아몬드를 무기화해 미국의 칩 공급망을 압박하려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대두 수입중단, 희토류 합금 수출제한, 미국 선박 항만료 부과 등 보복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며 대응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0일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직후 곧바로 맞불 카드를 꺼낸 셈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 제재에 정면 대응하는 전략자원 방어선 구축으로 해석된다.

■관세폭탄 속 대화 시그널 주고받아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돕기를 원한다"며 "매우 존경받는 시(진핑) 주석이 잠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이 불황을 원치 않듯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10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0% 관세를 예고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행 전용기 안에서도 "우리는 중국과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1일부터 100% 관세 부과계획은 유효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보자"고 덧붙였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담이 미중 간 실질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의 유화 메시지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고, 미국도 칼날을 거두지 않았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화 채널은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도 "중국이 희토류 통제계획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며 "과도한 행동임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이 대화 신호를 주고받고 있지만 실질적 타협은 멀어 보인다.
중국의 리튬과 인조다이아몬드 수출통제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기술·소재 분야에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반면 미국은 핵심 소프트웨어와 AI·반도체 장비 수출규제를 무기로 맞서며 기술 패권경쟁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희토류에서 리튬, 반도체로 이어진 '자원·기술 전쟁'이 세계 제조업 질서를 재편하는 흐름으로 번지고 있다.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