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기본계획 이후 실질 성과 약해
AI 결합한 생태계 육성으로 도약을
AI 결합한 생태계 육성으로 도약을
정부가 23일 제14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제2차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5년 단위 계획이어서 내년부터 2030년까지 기간이 대상이다. 이번 2차 계획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시장 선점형·전환형·규제 대응형·공급망 확보형 등 4대 도전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 둘째, 프로젝트당 2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15대 슈퍼 을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해 글로벌 최고 기업을 키운다.
이날 수립된 기본계획에 갖는 기대감은 정말 크다.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뻗어나가려면 이번 소부장 2차 기본계획의 효과가 뚜렷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라는 뼈아픈 경험을 계기로 '극일'을 외치며 2020년 1차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결과는 실망스럽다. 지난 소부장 수출액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장비산업의 경우 대일 수입의존도가 최근 더 높아졌다고 한다. 일본 소부장 경쟁력의 그늘을 여전히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대중 경쟁력마저 잃을 판이다. 과거 한국이 경쟁력을 갖췄던 분야에 중국이 정부보조금을 앞세워 따라붙고 있어서다. 이에 최근 대중 소부장 무역수지 흑자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소부장 자립을 외쳤지만 손에 쥔 성과는커녕 갈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그래서 이날 공개한 2차 기본계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2차 기본계획을 토대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글로벌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소부장 육성도 새로운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AI와 R&D 결합, AI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하다.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로 갈수록 소부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첨단 AI 시스템은 정밀한 소재·부품·장비의 유기적 결합 없이는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부장 생태계 전체를 굳건히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 대기업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보유 으뜸기업을 대폭 늘리고 10개 특화단지를 추가 지정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이 자국 내 산업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자국 내 산업 생산라인과 글로벌 공급망을 연결시키려면 소부장 분야의 독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미중 패권경쟁, 공급망 재편, AI 혁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요즘 시대에 소부장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정부는 이번 2차 계획을 단순한 선언에 그칠 게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내는 로드맵으로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예산 확보, 규제 개선, 인력 양성, 판로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수단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본계획은 무용지물에 그치고 말 것이다. 5년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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