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노란봉투법 노사 전장 될 노동위…정작 심판이 '곡소리'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6 16:22

수정 2025.10.26 16:21

부족한 인력·처우 문제 지속
10년동안 사건수 10만건 늘때 조사관 20여명 증가
잦은 밤샘·주말근무, 적은 수당 등 처우에 내부서도 기피
노봉법, 특고분쟁 등으로 담당 분쟁 증가 전망
"중책에 인력 ·처우 개선 뒤따라야"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내년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2·3조) 시행을 기점으로 노사분쟁 조정자 역할을 해온 노동위원회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지만, 정작 내부 인력과 환경은 이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분쟁 건수와 사례가 날이 갈수록 증가·다양화하고 있지만, 심판·조정 인력 수와 업무환경 인식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걸으며 이미 ‘과부하’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법·제도 환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위 조사관 인력 증원 및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위원회 전체 접수사건 및 조사관 정원 추이
구분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2024 2025(8월 기준)
접수건수 1만4129건 1만4248건 1만5722건 1만9120건 1만8950건 1만7583건 1만7896건 2만1407건 2만3963건 1만7894건
조사관수 226명 225명 225명 225명 244명 244명 241명 242명 242명 248명
조사관 1인당 사건수 62.5건 63.3건 69.9건 85건 77.7건 72.1건 74.3건 88.5건 99건 72.2건
(중앙노동위원회)
사건 1만건 늘 때, 조사관수 20명 찔끔

2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위에 접수된 전체 사건 수는 2만3963건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6년 대비 1만 건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고용형태 다양화와 업무환경 인식 변화에 따라 기존 집단적 노사관계에 더해 직장 내 괴롭힘, 성차별, 성희롱 등 개별 근로자 분쟁 판단 건수가 크게 늘어난 탓으로 해석된다.

반면 지난해 조사관 수는 242명에 그쳤고, 1인당 연간 처리 사건 수는 99건이다.

유형별로 보면 접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심판 사건의 경우 1인당 사건 수는 116건에 달한다.

조사관 1명이 한 달마다 처리해야 할 심판 보고서 수가 10건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보고서 한 건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150~200쪽, 많게는 1000쪽 이상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야근뿐 아니라 밤샘·주말근무가 일상화되며, 당국 내부에서도 ‘기피 부서’로 인식된다. 또한 근로감독관 대비 낮은 수당, 승진 난이도 등이 기피 요인을 키우고 있다.

노동위는 이 같은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데이터베이스(DB) 기반 업무 자동화·효율화와 함께 인력 증원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올해 조사관 수는 248명으로, 전년 대비 6명 증가에 그쳤다. 이마저도 지난 5년간의 정체 상황을 감안하면 “증원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푸념이 나온다.

노란봉투법·특고 분쟁 중재 중책…“인력·처우 개선 필수”

노동위는 내년 3월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관련 사건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정법의 주요 쟁점인 사용자성 및 노동쟁의 대상 판단에서 조정자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용자성·노동쟁의과 관련 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하더라도, 법 시행 초기 노사 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향후 노동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 분야 분쟁조정 기능도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조사관의 업무와 책임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중앙노동위 공익위원)는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법제도 시행 초기 1~3년간은 분쟁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본다”며 “안정화 시기까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인원으로도 업무량이 이미 과도하다”며 “정부가 새로운 법·제도를 추진한다면, 그에 맞는 인력 확충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뉴시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뉴시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