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단지서 만난 슬리퍼에 환자복 차림 노인…질문엔 이름만 기억
112 신고 후 경찰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온라인엔 "감사합니다"
112 신고 후 경찰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온라인엔 "감사합니다"
[파이낸셜뉴스] 1인 유통업자로 일하고 퇴근 후엔 배달 일을 하며 투잡을 뛰는 한 시민이 환자복을 입은 채 길을 헤매는 노인을 발견한 사연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이 시민은 노인이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기까지 함께 곁을 지켜 훈훈함을 더했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걸어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A씨는 자신을 "1인 유통 자영업을 하며 퇴근 후 배달 라이더로 투잡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사무실 마감을 하고 상가 단지에서 막 출발하는데 환자복에 슬리퍼를 신고 단지를 지나가는 어르신을 봤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무심코 지나쳐 가던 A씨는 다시 노인에게 돌아갔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환자복 입고 돌아다니실 길이 아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토바이를 돌려서 다시 돌아가 보니 계속 걸어가고 계셨다"면서 "먼저 다가가서 '선생님, 제가 여기 상가 단지에서 근무하는데 혹시 찾으시는 업체 있으시면 안내해 드려도 될까요. 어디 찾으세요'하고 여쭤보니 '화곡동 집으로 걸어가시는 길'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화곡동은 상가단지가 있는 구로동과는 차량으로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A씨는 노인에게 이름과 나이, 어디 병원에서 출발했는지 등을 물었지만, 들은 건 이름뿐이었다. 횡설수설하는 노인을 대신해 A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출동을 요청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경찰분들에게 도움 요청했다. 그분들이 오셔서 도움을 주실 거니 제가 같이 기다려 드리겠다"는 말로 노인을 안심시킨 뒤 경찰이 올 때까지 함께 있었다.
이어 "약 5분 여 뒤에 경찰이 오셔서 인계해 드렸다"면서 "지난 금요일 10월 24일에 있던 일이다. 가족 품으로 잘 돌아가셨기를 바래본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을 본 네티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뜨겁게 반응했다.
노인의 가족처럼 네티즌들은 A씨에게 "바쁘신 와중에 세심한 배려 감사드린다, "번거로우셨을텐데…감사합니다", "투잡 출근길 바쁘셨을텐데 세심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정말 좋은 일 하셨다. 진짜 이런 분들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영웅",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유가 님 같은 분들이 있어서 그렇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조금 더 따뜻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어 간다", "구로OO유통단지. 우리 모두 저분 찾아가서 '돈쭐' 내줍시다"라며 A씨의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A씨 같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사연도 공유됐다.
한 네티즌은 "저희 아버지도 치매가 있으셨는데 병원에서 실종됐다"면서 "예전 젊으실 때 살던 동네 쪽으로 환자복 입고 걸어가고 계시는 걸 주변 상가 주인분이 이상해서 경찰에 신고했다"면서 "그래서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노인의 '실종문자'를 봤다는 경험담도 올라왔다.
또 다른 네티즌은 "금요일 실종문자. 그 분인가 했는데, 맞나보네요. 환자복에 빨간 슬리퍼"라며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제보로 실종자를 안전하게 발견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블로그에도 나왔다. 좋은 일 하셨다"고 공유했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