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글로벌 제약사, 국내 R&D 투자 1조 돌파 불구 中에 선두 내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30 09:57

수정 2025.10.30 09:57

서울, 글로벌 임상 점유율 1위→2위 하락
1위 차지하던 서울, 中 베이징에 선두 내줘
승인 간소화 및 혁신 신약 급여 개선 시급
[파이낸셜뉴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지만, 치열해지는 글로벌 임상 유치 경쟁에서 한국의 경쟁력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30일 국내 회원사 3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KRPIA 연구개발 및 투자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의 지난해 국내 임상연구 투자 규모(해외 본사 직접 투자 제외)는 전년 대비 18.8% 증가한 1조369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5년간 R&D 투자비용은 연평균 14.8%의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임상 단계에서 사용되는 의약품 개발 관련 비용이 전체의 42.9%(4452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글로벌 제약사, 국내 R&D 투자 1조 돌파 불구 中에 선두 내줘

이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지속적인 투자 활동이 국내 R&D 역량 강화와 연구 인프라 확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D 투자는 희귀·중증질환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집중됐다. 지난 5년간 항암제 임상연구는 연평균 5.7%, 희귀질환 치료제 임상연구는 10.1%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임상연구 중 항암제가 974건(69.4%), 희귀질환 치료제가 184건(13.1%)을 차지했다.

꾸준한 임상연구 투자는 고급 연구인력 양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R&D 활동 종사 인력은 총 2470명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으며, 이 중 임상연구 인력이 52.6%를 차지하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높은 임상연구 참여율을 기반으로 '임상연구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글로벌 임상연구 점유율은 최근 1년 만에 6위로 하락했으며, 도시별 임상연구 점유율에서 서울이 중국 베이징에 선두를 내주며 2위로 하락했다.

KRPIA는 한국의 연구 역량을 환자들의 '혁신 신약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가기 위해 정부와 업계의 제도적 기반 강화를 촉구하며 핵심 과제를 제언했다.

우선 임상연구 참여 절차 간소화다. 신기술 임상시험의 안전성 요건 및 승인 절차가 복잡하고 장기간 소요되어 한국 임상 참여가 제한되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의 '글로벌 임상연구 3위 달성' 목표 실현을 위한 승인 절차 간소화가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분산형 임상연구(DCT) 제도화도 강조했다.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는 원격 모니터링, 전자 동의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DCT에 대한 국내 관련 제도와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 신약의 급여 및 약가 결정 제도 개선도 필수적 과제로 손꼽힌다.
한국의 높은 임상연구 참여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신약의 국내 도입률은 OECD 국가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된 혁신 신약이 절실한 환자에게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급여 및 약가 결정 과정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RPIA는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R&D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임상·R&D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혁신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는 환경 조성에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