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주요 9개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안하느니만 못한 인상만 남겼다. 국민들이 기대한 국감 풍경은 정부 정책을 꼼꼼히 검증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이었다. 이런 기대감은 국감 기간 내내 무너지고 말았다. 막말과 고성, 욕설이 난무하는 '정쟁의 장'만 머릿 속에 각인됐다.
이런 정쟁 일변도의 국감이 국민에게 남긴 실망감은 엄청나다. 국회의원들의 저질적 수준이 국민들에게 낱낱이 드러났다는 점이 충격이다.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이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에서 공공연히 오갔다. 정책 질의는 뒷전으로 하고 유튜브 쇼츠에 매달려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는 데만 급급한 의원들의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품위를 바닥에 내던진 것이다.
이런 국감의 행태는 국회의 이미지 훼손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정감사의 본래 목적인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에 대한 정밀한 검증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큰 문제다. 일부 상임위의 경우 여야 의원들간 정쟁을 주고받는 동안 증인과 참고인들은 수시간 대기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함을 지르고 정쟁에 불을 지펴야 주목받을 수 있다는 심리가 국회를 뒤덮었다.
국감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예산 집행의 적절성을 따지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게 주요 기능이다. 일년에 딱 한번 열리는 기간 동안 각 부처의 비효율적 예산 집행은 없었는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개선됐는지 정밀 검증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 국감에서 나온 지적사항에 대해 해당 기관들은 재보고를 해야 한다. 이런 행정적인 견제와 감시가 국감 기간 동안 제대로 이뤄져야 부처와 산하기관들의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능한 국감으로 전락하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기관들이 제대로 감시받지 않은 채 또 1년을 허송하게 됐다.
오죽하면 국감 무용론이 제기되겠는가. 어차피 정기국회와 임시국회가 가동되고 이런 일정을 통해 정부 업무 보고를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런 저질 막말 국감으로 운영될 바에 차라리 없애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는 이번 국감의 참담한 결과를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국민들이 달아준 이유를 알고 자성해야 한다. 내년 국감은 반드시 정책 중심의 생산적 국감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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