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에 수만 명 동원된 경찰들 “숙소는 난민촌 수준"
"부실한 식사에 초과수당도 제대로 안 줘…노동착취"
경찰 "초과수당은 근무자별 작업 중…특별휴가도 검토"
"부실한 식사에 초과수당도 제대로 안 줘…노동착취"
경찰 "초과수당은 근무자별 작업 중…특별휴가도 검토"
[파이낸셜뉴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전국에서 수만 명의 경찰관이 투입됐지만, 현장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다. 경찰관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불투명한 수당 처리에 불만을 제기하며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에서 5000원 도시락 줄서서 먹고, 새벽 3시 일어나"
4일 뉴스1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달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경주 일대 치안 확보를 위해 전국의 경찰 인력을 총동원했다. 경기북부경찰청에서만 약 1110명이 경비 및 교통 통제 임무를 위해 현장에 배치됐다.
APEC 기간과 행사가 끝난 뒤 경찰 내부 커뮤니티엔 '열악한 처우'에 대한 경찰들의 호소가 속속 올라왔다.
최근 익명 기반의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자신을 경찰이라 밝힌 작성자가 ‘경주 에이펙 최악이었다, 진심’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식사는 지하실에서 단가 5000원도 안 되는 도시락을 긴 줄 서서 먹었고 새벽 3시에 일어나 근무 준비를 해야 했다"며 "초과수당은 멋대로 책정해서 적게 주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국가행사 지원에 자원하지 않겠다”며 “이 정도면 애국을 빌미로 한 노동 착취”라고 비판했다.
"초과수당도 멋대로" 글 논란에... 경찰청 "사실 아냐, 지급 진행 중"
숙소와 초과수당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또 있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APEC이 무사히 끝나서 뿌듯하긴 하지만, 근무자들은 초과근무 인정도 제대로 안 되고 숙소는 재난대피소 수준이었다”며 “‘애국페이(애국이란 명목의 무보상 노동)’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고 말했다.
행사장과 숙소간 거리가 멀어 어려움이 있었다는 글도 있었다.
한 작성자는 "전날 밤 9시 40분 숙소 복귀하라는 지시에 따라 복귀했다. 복귀 시간이 밤 10시 40분. 오늘은 새벽 5시 50분 출발. 심장병 걸릴 거 같다"고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부실한 식사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생선조림에 간장 올린 순두부, 김가루를 담은 배식 그릇, 소비기한이 지난 샌드위치 사진을 올리며 "APEC 동원된 경찰이 누리는 식사. 1만원의 행복"이라는 설명으로 부실한 식사를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 관계자는 "초과수당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초과수당 등의 지침이 완전히 결정된 게 아니다. 근무자별로 세분화 작업이 진행 중이고, 근무자들 전체에게 특별휴가 하루씩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뉴스1에 설명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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