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무장관이 항소 못하게 했다"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 반발

김동규 기자,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9 18:18

수정 2025.11.09 18:18

檢 내부망에 "전례없는 지시"
정치권도 외압 진상규명 촉구
노만석 대행은 "타당한 결정"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으며, 검찰 내부 반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비판도 잇따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를 비롯한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인 지난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형사 사건은 판결에 불복할 경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해야 한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형량을 높일 수 없다.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 피고인 5명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1심은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 8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씨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이 내려졌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공사 전략사업실에서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한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 및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2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사 측 인물인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는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다만 손해액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다며 검찰이 기소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아닌 업무상 배임죄와 형법상 배임죄로 양형을 정했다.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검찰은 항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법무부는 이미 검찰 구형량의 절반 이상인 중형이 선고됐고, 법리 적용에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법률적 쟁점들과 일부 사실오인, 양형 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지검 및 대검 지휘부에 항소 예정 보고 등 내부 결재 절차를 이행했다"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했고,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했다"고 비판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태 하루만인 지난 8일 법무부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백신(사법연수원 34기)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자 5명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한 경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검 검찰과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항소의 필요성을 보고했으나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방탄용 권력형 수사외압"이라며 정 법무부 장관 등의 사퇴와 함께 외압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라며 "권력 오더(명령)를 받고 개처럼 항소 포기해주는 이따위 검찰을 폐지하는데 국민이 반대해줘야 할 이유는 뭔가"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 "대장동 사건은 대통령과 연관된 사건이고, 누군가 검사의 칼을 거두게 했다"며 "이재명 정부에서 불의가 하수구처럼 흐르고 있다"고 썼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에 대해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입장문에서 밝혔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