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AI에 오픈채팅방까지…비대면 시험의 '집단 커닝' 도구가 됐다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1 04:40

수정 2025.11.11 04:40

작년에도 같은 과목에서 AI로 집단 커닝 정황 포착
연세대, AI 윤리 긴급공청회 열고 구성원 의견 수렴
고려대는 비대면 과목…오픈채팅방 통해 부정행위
연세대학교 중간고사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한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 모습. /사진=뉴스1
연세대학교 중간고사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한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연세대학교의 한 온라인 시험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코로나 팬데믹으로 보편화된 비대면 시험의 부실한 관리, 감독 문제가 제기됐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해 같은 과목에서 이미 AI를 활용한 커닝 사태가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는가 하면 고려대에서는 오픈채팅방에서 부정 행위가 포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세대에선 무슨 일이

연세대에선 이번 2학기에 진행한 '자연어처리(NLP)와 챗지피티(ChatGPT)' 과목의 담당 교수가 지난달 29일 수업 게시판을 통해 "영상 확인 중 부정행위를 하는 모습이 매우 다수 확인됐다"며 "자수하지 않은 학생은 학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공지글을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

교수는 구체적인 부정행위 유형으로 시험 문제 캡처, 사각지대 응시, 화면과 프로그램의 지속적 변경, 촬영 화면을 일부 잘라 다른 프로그램을 가린 행위 등을 적시했다.

이후 부정행위 의심자 50여명 중 40여명은 자수했지만, 10여명은 여전히 '자수'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문제가 된 학생들에 대해선 담당 교수에게 처분을 일임하기로 했다. 다만 정학 등의 징계가 필요할 경우 학교 본부 차원에서 징계위원회에 부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세대, '사후약방문'식 공청회

학생들 징계와는 별도로 연세대는 학내 AI혁신연구원 주재로 이번 사태 등 AI 윤리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포럼 형태의 자리를 이른 시간 내에 열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연합뉴스는 연세대가 수업과 시험의 비대면화, AI 기능의 고도화와 활용 범위 확대 같은 변화상에 맞춰 교육과 평가방식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교수 등 교직원과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자리를 기획 중"이라며 "이번 커닝 문제를 미래 고등교육에 필요한 윤리 의식을 논의할 계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하니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학생 온라인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지난해에도 같은 교수가 진행한 동일한 수업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YTN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수강자들의 강의 평가를 보면 이전에도 부정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보였다.

강의 평가 내용엔 "시험 볼 때 지피티의 위대함을 느꼈다", "수업을 들은 시간은 30분이지만, A+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있었다.

지난해 해당 교수가 교무부로부터 많은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경고를 받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시험을 앞두고 담당 교수는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비대면 시험시간 내내 화면과 얼굴, 손의 영상을 찍어 제출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고지했지만, 일부 학생의 부정행위 시도를 막아내지 못했다.

고려대는 오픈채팅방으로 커닝

팬데믹 이후 비대면으로 시험을 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집단 부정행위의 유형이 다양해 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연세대에선 커닝에 AI를 사용했다면, 고려대학교에선 비대면 교양 과목에서 오픈채팅방을 통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됐다.

문제가 발생한 수업은 교양과목인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로 알려졌다. 총 1400여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지난달 25일 중간고사를 컴퓨터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시험 시간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문제 화면을 공유했고 이 같은 부정행위 사실은 다른 학생들의 제보로 학교 측에 전해졌다.


학교는 지난달 27일 '중간고사 초유의 사태 발생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명문 사학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교수님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도저히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으므로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고 학생들에게 알렸다.


이어 "학생들이 여러 채팅방에서 끼리끼리 시험 화면을 캡처해 공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기말고사는 어떻게 치를 것인지 등을 논의 중"이라고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