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올 두번째 구두개입
외국인 투자금 유입에도 '고환율'
외환위기 비교해도 이례적 상승
시장개입만으론 근본 처방 안돼
저성장 구조 바꿀 구조개혁 시급
對美투자, 산업체질 개선 기회로
외국인 투자금 유입에도 '고환율'
외환위기 비교해도 이례적 상승
시장개입만으론 근본 처방 안돼
저성장 구조 바꿀 구조개혁 시급
對美투자, 산업체질 개선 기회로
외환시장에 '달러를 팔겠다'는 구두개입이 1개월 만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 14일 개장 직후 원·달러 환율이 1475원대에 육박하자 외환당국이 "환율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개입성 발언을 했다. 올 들어 두번째 환율 급등락을 줄이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경제수장'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설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환율이 심상찮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라고 한다. 대외신인도는 여전히 높다. 글로벌 달러도 약세다. 그럼에도 원화값은 바닥이다. 그래서 '뉴노멀'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근거는 의외로 단순하다. 해외투자 확대가 대세라는 것이다. 개인, 기업 등은 국내보다 해외투자를 더 선호한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득세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순투자는 998억달러로,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유입액인 296억달러의 3배가 넘는다.
기업들의 대미투자 확대도 예정됐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타결된 연간 최대 200억달러의 투자 집행이 바로 그것이다.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안정' 합의가 명문화되긴 했지만 달러 유출이다. 예민한 돈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만하다. 엔저 흐름도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확장재정 방침을 분명히 하자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원화도 동조화 흐름이다.
고환율은 긍정적 측면도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주도형인 우리나라 경제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유리한 부분이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오를 때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평균 0.5~1% 늘어난다. 낙수효과다. 반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해외투자 비중이 커진 산업구조에서는 부작용이 더 커진다. 수출기업에 유리하다곤 하지만 산업계에도 약한 고리가 숱하다.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기업은 해외 생산기지가 많고 고환율 대응능력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약 90%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대기업이나 해외로 판매하는 구조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비용이 올라가지만 이를 대기업 납품가나 수출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긴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10% 오를 경우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이 0.29%p 하락하지만 중소기업은 환율이 1%만 올라도 영업이익률이 0.36%p 하락한다고 분석한다. 내수도 약한 고리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민간 소비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문제는 시장개입으로 환율 쏠림을 일시적으로 반전시킬 순 있지만 근본적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달러 대비 원화의 약세는 장기화 조짐이어서다. 저성장·저금리로 변화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가 환율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서학개미 움직임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속에 등장했던 와타나베 부인의 족적과 닮아 있다.
한국 경제의 취약한 기초체력이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분야 구조개혁 필요성 강조는 시의적절하다. 이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의 당면한 최대 과제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체질 개선 없이는 저성장 탈피가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성장성을 보고 외국인이 주식을 사고, 서학개미가 유턴할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대미투자 확대로 산업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환율불안으로 제2의 외환위기 사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는 한시도 늦춰선 안 된다. 역대 대통령들도 과감한 구조개혁을 천명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미국투자 확대를 산업체질 개선의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 직접투자 사업이 국내 부품·소재·서비스 기업과 연계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해외 제조라인 증설과 함께 국내 연구개발(R&D)센터는 유지하는 전략도 타당하다. 양국 산업이 칡넝쿨처럼, 상호의존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대미투자와 연결되는 환율방정식의 해법은 경제 구조개혁이다.
mirro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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