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보행자 들이받고 '고의성 없다' 주장한 60대…"자해공갈단으로 생각"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0 21:00

수정 2025.11.20 21:00

法 "상해발생 가능성 인식...미필적 고의 있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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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치고도 멈추지 않고 다시 차량을 움직여 상해를 입힌 6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조아람 판사)은 지난달 17일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61)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서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의 한 우체국 앞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행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보행자 A씨를 1차로 접촉하고도 차량을 그대로 운전해 피해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1차 접촉 이후 서씨의 차량 앞을 가로막은 채 서 있었지만, 서씨는 A씨가 승용차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핸들을 틀어 그의 다리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뒤로 넘어져 손목, 허리, 엉덩이 등에 상해를 입었다.

재판부는 블랙박스·현장 영상 등을 토대로 서씨의 차량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큰 차로 위해를 가한 것이라 매우 위협적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과 2차 충격에 의해 뒤로 넘어진 모습 등이 인정 근거가 됐다.

서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자해공갈단으로 의심했고, 차를 움직이면 피해자가 비켜줄 것이라 생각했다"며 고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차량과 30㎝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서 있었고, 차량이 움직일 경우 즉시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피해자가 수 초간 운전석을 응시하며 멈춰 있었음에도 서씨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자 차량 앞에서 서성였던 점 등 사고 전후 영상에 나타난 정황을 종합해 "피고인은 상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사 초기부터 공판 절차 내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진정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동종 및 유사 전력이 수차례 있었다"면서도 "피해자에게 200만원을 지불하고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