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 언론이 한국 신혼부부 5쌍 중 1쌍은 부동산 규제 등을 피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른바 '위장 미혼' 상태라고 보도했다. 높은 집값과 부부에게 불리한 대출 조건이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 신혼부부 20%가 위장 미혼"이라며 "2024년 기준으로 혼인신고를 1년 이상 미룬 신혼부부 비율이 20%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전통적으로 결혼을 중시해 왔는데,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젊은 층 인식 변화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한국의 제도적 환경에 '결혼 페널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치솟은 부동산 가격도 위장 미혼 확산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닛케이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4억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한국의 평균 소득으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결혼식은 올리더라도 혼인신고는 연기하거나 기피하는 부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출산율 저하로도 이어진다고 봤다.
앞서 지난달에도 해당 매체는 한국의 비혼 출산 증가세가 부동산 문제와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혼외자 출생아 수는 1만4000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해 처음으로 5%대를 넘어섰다. 이는 혼인신고를 늦추는 '위장 미혼' 경향이 통계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은 이 같은 흐름이 과거 중국의 부동산 급등기에 성행했던 '위장 이혼'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중국 대도시에서는 부부가 세대를 분리해 주택을 추가 매입하려는 목적으로 서류상 이혼하는 사례가 빈번했고, 이에 따라 이혼 직후 일정 기간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규제가 시행되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의 양상은 한일 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한국의 경우 "결혼 자체는 하되 첫째만 낳고 멈추는 경우가 많아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은 결혼 자체를 기피해 출생아가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일본 여성의 '평생무자녀율'은 2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으나, 한국 여성은 12.9%로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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