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연간 3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고를 낸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다. 기본적인 과징금 한도는 영업이익의 5%지만 사망사고가 반복될 경우 한도를 2배(10%)로 높이는 더 센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산안법은 중대재해처벌법과 함께 산업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법이다. 중대재해법이 형사처벌에 중점을 둔 반면 산안법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산안법 성격을 고려할 때 과징금 한도를 영업이익의 10%까지 높이는 징벌적 방안은 예방 중심이라는 법의 취지를 과도하게 벗어난 것이다. 만약 국내 대형 건설사인 A사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된다면 과징금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건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에 못 미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준의 과징금 부과는 정상적인 경영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현행법에 강도 높은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산업재해가 뚜렷하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6월 기업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2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명(3%) 줄었지만 사고 건수는 278건으로 12건(4.5%) 늘었다. 이는 처벌 강화가 사고 감소라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처벌이나 과징금만 높인다고 해서 현장이 더 안전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들은 이미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다양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연평균 242억원을 안전 강화비로 투입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지난해 213억원 규모의 안전 예산을 추가로 편성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전 관리 인력을 1000명 이상 늘렸다. 각 기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협력사까지 포함한 안전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산업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처벌로 경고하는 것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를 현장에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험 요인을 미리 점검해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사고 예방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기술·교육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유인책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산업 현장의 안전은 처벌보다 예방 중심 문화가 자리 잡아야 확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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