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지역의사제 실효성 높이고, 의료계는 전향적 태도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3 19:29

수정 2025.11.23 19:29

법안 국회 상임위 통과 도입 급물살
파격 처우 개선 후속책 적극 고민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부산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 안에서 숨진 고교생은 14차례나 병원 수용이 거부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119구급대와 부산소방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교사의 119 신고 후 구급대는 1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고교생은 신고로부터 1시간20분이 지난 뒤 15번째 접촉한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수용돼 숨을 거둔 것이다. 허망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고다.

당시 병원들은 "소아 중환 수용 불가" "소아 신경과 진료 불가" "확인 후 회신"이라며 환자를 받지 않았다.

응급환자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역, 필수 의료시설을 살리기 위해 정부마다 대책을 발표했지만 매번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급기야 지난 정부에선 의대 증원 강행으로 최악의 의정갈등을 빚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실망감도 말할 수 없이 컸다. 이제는 불신을 떨어내고 의료계가 정부, 정치권과 다시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을 시간이다.

지난주 20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지역의사제 법안은 무너진 지역 의료를 살릴 대안이 될 수 있다. 의대정원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뽑아 10년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입학금, 수업료, 기숙사비 등 일체를 국가가 지원한다. 그 대신 지역의사가 복무조건을 위반하고 시정명령에도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등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지역의사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약속한 공약이고,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지를 보이는 만큼 빠르면 2027년 입시부터 적용될 수 있다. 일정이 빠듯한 만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세부 실행안도 서둘러야 한다. 지역의사 적정 인원과 처우 수준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 문제다.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의대정원 문제와 함께 지역의사 규모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10년 복무 후 대거 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교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의사들이 각 지역의료의 핵심 주춧돌이 되도록 정부가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의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처우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 파격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의료계는 반대만 말고 협조에 나서야 한다. 의사협회는 법안의 상임위 통과 직후 "의사들의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전공의협의회는 "지금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직 일구지도 않은 황무지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대 입장문을 23일 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대목도 수긍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지역 정주여건과 의료 인프라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지역의 지도전문의를 확충하고 핵심 수련병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제도 도입 반대의 명분은 될 수 없다. 수도권 원정진료와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다.
의료계의 전향적인 태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