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계엄 멘붕' 한덕수 "문건 파쇄, 제가 헌재에서 위증했습니다" 인정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5 07:36

수정 2025.11.25 07:36

내란 혐의 기소된 한 전 총리, 尹 계엄선포 만류 주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尹에 계엄 재고 요청했지만 반대라는 단어는 안썼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너무 깜짝 놀라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가 정말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중대한 일입니다. 재고해 주십시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반대'라는 단어를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명시적으로는 안 썼다"고 답변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비상계엄을 막을 의사가 있었다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재고해달라는 말을 할 때 함께 호응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가만있었느냐"고 묻자 한 전 총리는 "두 번 정도 (집무실에) 들어갈 때마다 만류하는 입장을 계속 전달했다"며 "최 전 부총리,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 연륜 있는 분들이 말씀해주는 게 좋지 않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좀 더 열심히 합류해서 행동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CCTV 속 문건 2개 챙기는 영상에 "기억나지 않는다"

한 전 총리는 앞서 공개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문건 2개를 챙겨 나오는 모습이 포착한 것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대통령으로부터 계엄에 대한 얘기를 듣고서부터는 어떤 경위를 거쳐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부족하다"며 "거의 '멘붕' 상태에서 무언갈 보고 듣기는 했지만 제대로 들어와서 인지된 상황은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또 대통령실 CCTV에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건을 보며 16분간 대화하는 장면이 담긴 것을 두고 "이 전 장관과 대화를 한 것을 이번에 영상을 보고 알았다. 대화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자신과 대화하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손가락으로 국무위원을 세는듯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해서도 "(계엄에 대해)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눈을 뜨고는 있는데 뭘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김 전 장관의 행동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미령 장관 빨리 오라고 재촉 전화 "반대자 늘리려고"

국무위원 소집을 건의하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재촉한 것과 관련해 한 전 총리는 "어차피 그 국무회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와서 반대 의견을 밝힐 것이라 생각했다"며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선 계엄에 찬성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에게 전화를 한 것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를 빨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오히려 너무 늦어지면 계엄 선포가 돼버리지 않을까 우려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후인 12월 8일께 강 전 실장에게 사후 서명한 비상계엄 선포문 폐기를 요청한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사후적으로 사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건 파쇄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해 위증' 인정

다만 '대통령실로부터 받은 문건을 파쇄한 게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위증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는데 맞느냐'는 특검팀 질문에는 "네. 제가 헌재에서 위증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한 전 총리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로서 막지 못한 데 대해 정치적인, 역사적인 책임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습니다만 계엄을 막지 못해서 국민들에게 큰 어려움을 준 사안에 대해서는 큰 멍에로 알고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특검팀의 구형과 한 전 총리의 최후 진술을 듣는 결심공판을 열 예정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