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사회의 '모험추구 유전자'는
현재 인간에 투자 욕구로 이어져
인간은 이길뻔한 '한끗차이'에 반응
실제로는 '쪽박'인데 '대박'친 느낌
주식 빨간색 차트에 도파민이 폭발
'조금만더' 유혹에 자제못하고 빚투
현재 인간에 투자 욕구로 이어져
인간은 이길뻔한 '한끗차이'에 반응
실제로는 '쪽박'인데 '대박'친 느낌
주식 빨간색 차트에 도파민이 폭발
'조금만더' 유혹에 자제못하고 빚투
부동산 가격이 치솟더니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200대를 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달아올랐다. 나만 자산 증식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과 주식시장 과열이 맞물리면서 빚끌·영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계속 오를까, 어느 선에서 매도해야 하나 등 이득이 나면 나는 대로 손해가 나면 나는 대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바로 투자라는 불확실함이 지닌 불안과 스트레스 때문이다.
인간은 왜 이런 투자욕구를 가지고 있을까, 위험을 무릅쓰는 투기를 하면서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적 욕구 말이다.
이런 불확실함 속에서 위험을 감수한 자들은 새로운 지역을 찾아내고 점차 번성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더 큰 이득의 기회를 안전으로 대체해 그대로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불확실한 모험을 할 것인지가 늘 고민이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이득을 취하겠다는 '모험 추구 유전자'는 현대사회의 인간에게 투자욕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욕구로 인한 어느 정도의 위험과 불확실성은 평범한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알 수 없는 흥분을 가져온다. 특히나 투기는 합법적이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흥분을 제공하기에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단 손실의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그런데 늘 나만 주식에 실패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오르는 주식은 빨리 팔고, 떨어지는 주식은 더 쥐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이득에 따른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고통을 더 크게 느끼기에 '손실 회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조금만 오르면 내려가기 전에, 이득이 났을 때 팔자는 심리가 작동한다. 떨어지는 주식은 지금은 아니라고, 조금 있으면 오를 거라고 좀 더 기다리는 것이다. 보통 이득보다 손실이 날 때가 소유 기간이 2배나 더 길다. 게다가 후회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후회에는 두 종류가 있다. '행동 후회'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에서 오는 감정이고, '비행동 후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에서 오는 아쉬움이다. 내려가는 주식을 보면서 지금 팔면 매수행동의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행동 후회', 괜히 매수행동을 했다는 후회가 발생한다. 그래서 버틴다. 아직 팔지 않았으니 아직 손실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말이다. 반대로 수익이 나면 다른 두려움이 찾아온다. 계속 오르려나 혹시 떨어지면 어떡하지 나중에 매도행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비행동 후회'가 무섭다. 그래서 조급하게 매도하여 수익은 일찍 자르고, 손실은 혹시나 하고 기다린다. 손실 확정을 두려워하고 과거 투자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려는 이런 경향 때문에 처분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도 월마트 주식을 사지 않은 것 그리고 구글에 투자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단기적으로는 '행동 후회'가 더 강렬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행동 후회'가 더 오래 지속된다.
게다가 인간은 완전히 이긴 것이 아닌 거의 이길 뻔한 한끗차이(Near-Miss)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는 진 것인데도 거의 성공할 뻔한 것에 대해 마치 승리한 것과 똑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었다는 생각이 이겼을 때와 같은 도파민을 그대로 활성화시킨다. 특히나 뇌는 승리의 목전에서 보상을 기대할 때가 실제 보상을 받을 때보다 더 강하게 반응한다. 매수한 주식이 올라가는 차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박난 것처럼 엄청난 도파민이 폭발하는 것이다. 이런 쾌감은 다음엔 틀림없다는 성공 착각을 일으켜 더 대담한 투자를 하게 한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대박이었는데, 바로 그 종목을 살 뻔했는데와 같은 한끗차이의 승리 감정은 빚끌까지 하면서 점차 더 대담한 위험을 시도하게 한다.
그래서 주식은 경제로 풀어지는 게 아니라 '심리'라고들 한다. 결국 자신의 비합리적 사고와 감정과의 싸움인 것이다. 누가 얼마를 벌었느냐에 현혹되지 않는 굳건한 마음가짐, 차트의 빨간색 유혹에 흥분하는 어리석음을 스스로 차단해야 한다. 물론 요즘같이 물가는 계속 오르고 미래가 불활실한 상황에서 현명한 투자는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득이란 게 그렇게나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지 않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DGIST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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