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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월 66만원 쥐꼬리"...73세까지 일해야 먹고사는 한국 노인들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7 08:48

수정 2025.11.27 08:48

65세 이상 고용률 37.3%...OECD국 1위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 66만원 '태부족'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11. jtk@newsis.com /사진=뉴시스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11. jtk@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의 노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늦게까지,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노인 54%가 "생활비 벌기 위해"

26일 국민연금연구원 오유진 주임연구원의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2023년 기준)로 OECD 평균인 13.6%를 크게 웃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25.3%)보다도 훨씬 높아 회원국 중 1위다.

이런 높은 고용률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든데다, 은퇴 후 연금 수령까지 이어지는 소득 공백기,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로 인해 고령층이 노동을 계속해야 하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한국의 고령층이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이며 일을 계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54.4%)'로 나타났다. '일하는 즐거움'(36.1%)이나 '무료함 달래기'(4.0%)보다 생계형 근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퇴직나이 평균 52세, 연금수령 63세.. 최소 10년 공백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는 공적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목됐다. 2024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66만원에 불과하며, 이는 같은 해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인 134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은 연금만으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법적 정년과 실제 퇴직 연령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소득 공백기'도 큰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주된 일자리에서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9세(2025년 기준)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1961∼64년생의 경우 63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로 점차 늦춰지고 있어 은퇴 후 연금 수령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오유진 주임연구원은 "공적연금이 고령자의 근로를 줄이고 은퇴를 앞당긴다"고 본 과거 해외 연구들과 달리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이 노동 공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국의 연금 급여액이 낮아 연금 수급 여부가 은퇴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고령자들은 연금이 있어도 일을 해야 하고, 연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 연구원은 이에 따라 단순히 ‘정년 연장’을 넘어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현실을 개선하고, 연금 수급 전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