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
단순 현금 전달 업무로 '건당 10~30만원'
합법적 업무라 믿었다고 주장
법원, "미필적으로나마 범행 인식했을 것"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이동식 부장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9)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4월부터 같은 해 5월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의 제안을 따라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하며 피해자 4명으로부터 총 1억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간단한 아파트 매물 촬영 아르바이트'라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알게 됐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줄 몰랐고 범행 도구로 이용당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인터넷에서 경매 입찰보증금의 납입 방식을 검색해봤고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 자신이 맡은 업무가 합법적인 것이라고 믿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금융망이 조밀해지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통한 전자금융거래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고객이 경매 대행 회사에 입찰보증금 명목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길거리 접선을 통해 고액의 현금 다발 또는 수표를 건네주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사기 범행으로 편취된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 채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는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으므로 어느 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 일부 역할만 담당한 경우에도 범행 전체에 본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법원은 단순한 현금 수거책으로 전체 범행의 세세한 양상을 잘 알지 못한 채 미필적 인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수사기관에 적발되기 전 자발적으로 추가 범행을 그만둔 점, 수사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해온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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