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여건 호조로 공급량 예전 수준 회복
겨울 시즌을 맞아 출하량이 늘어난 딸기 가격이 일년 전보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딸기 소비 패턴이 갈수록 양극화 양상을 띠고 있다. 대형마트의 반값 딸기 행사에는 저가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가 하면, 1인당 15만원이 넘는 호텔 딸기 뷔페도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고물가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추구하는 소비성향의 변화 등이 낳은 풍경이다.
11월 딸기도매가격 전년동기比 23.6% 하락
30일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올 11월 딸기 도매가격(가락시장 기준)은 2㎏당 5만457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1402원) 대비 1만6832원(23.6%) 하락했다.
가격 하락세에 맞춰 대형마트들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12월 3일까지 '윈터 해피딜' 기획전을 열고 팩 딸기를 두 팩 이상 구매 시 팩당 3000원 할인한다. 홈플러스도 이날까지 '크레이지 4일 특가'를 통해 딸기를 반값에 판매하며, 이마트는 오는 10일까지 '고래잇 페트사'를 열고 햇딸기를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하게 내놓는다.
저렴해진 딸기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은 평일 오후임에도 딸기 매대를 찾은 손님들로 붐볐다. 이날 마트를 찾은 박모씨는 "스마트팜, 설향, 못난이 딸기 등 선택지가 많고 올해는 유독 딸기가 맛있는 것 같다"며 "할인을 받아 두 팩을 2만원에 구매할 수 있어 넉넉히 사두려 한다"고 말했다.
특급호텔 '딸기 뷔페' 올해도 완판행진
딸기는 가심비 대표 과일로도 떠오르고 있다. 특급 호텔들이 겨울 시즌을 맞아 선보인 딸기 뷔페가 1인당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롯데호텔 서울의 페닌슐라 딸기 뷔페는 성인 1인 요금이 15만원에 달하지만 12월 창가석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 딸기 뷔페는 성인 1인당 13만5000원의 고가지만 주말과 공휴일 주요 시간대 좌석이 대부분 판매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불황 속에서 생필품 소비는 줄이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앰비슈머' 트렌드로 분석했다.
앰비슈머는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로, 쓸 데는 과감하게 쓰고 아낄 데는 철저히 아끼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심화로 소비자들이 장바구니 물가는 극단적으로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며 "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험재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열면서 소비의 중간 지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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