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유네스코 등재는 시작"…제주4·3, 도민 기억서 인류 역사로

뉴스1

입력 2025.12.03 07:00

수정 2025.12.03 07:00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가 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있다(제주도 제공)/뉴스1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가 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있다(제주도 제공)/뉴스1


4·3 기록물 파리 전시회(제주도 제공)/뉴스1
4·3 기록물 파리 전시회(제주도 제공)/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4.3 국회 특별전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4.3 국회 특별전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4·3이 제주를 넘어 국내와 세계가 공유하는 역사로 확장되고 있다. 제주도는 4·3의 전국화·세계화를 핵심 과제로 두고 그동안 국제전시, 국회 특별전, 교육·기록 아카이브 구축 등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확정으로 결실을 맺으며 4·3이 인류 보편의 가치로 자리 잡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등재 이전부터 국내외에서 4·3 아카이브 체계화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문학·미술·증언 자료를 영역별로 정리하고, 해외에서 특별전도 이어왔다.



이처럼 기록을 찾아내고 세계와 공유해온 과정은 4·3을 '도민의 기억'에서 '인류 공동의 기억'으로 확장하는 결과로 평가된다.

해외에 공유된 4·3의 진실과 화해

4·3 유네스코 등재 직후인 4월 9~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주4·3 국제 특별전: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은 400여명 이상이 찾으며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전시장을 찾은 한 프랑스인은 "한국 현대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극을 알게 됐고, 갈등을 극복한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4·3을 해결해 나가는 제주도민의 노력이 인상 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인사회에도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프랑스 한인회 관계자는 이 전시를 통해 자신이 4·3유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런 특별한 시기에 알게 된 사실이라 더욱 의미가 깊고, 4·3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가 모두에게 중요한 경종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파리 전시장에는 1만4000여 건의 기록물 중 핵심 사료들이 소개됐다. 생존희생자 증언, 군법회의 수형인 기록, 정부 공식 문서 등 4·3의 실체를 증언하는 기록물이 언어를 넘어선 울림을 전했다.

해외 전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기록유산 등재의 의미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과정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진상규명 노력, 유족들의 증언 채록, 기록 아카이브 구축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면서 4·3은 한국 현대사 내부의 비극을 넘어 인류 보편의 권리·평화·화해의 의제로 확장된 것이다.

이 여정은 앞으로 추진될 교육·전시·기록관 건립의 방향을 더욱 명확하게 하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4·3은 현재진행형…기록관 건립 첫발"

국내에서도 전국화 흐름은 뚜렷하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제주4·3, 기록과 예술로 밝혀낸 진실' 특별전은 4·3의 진실 규명 과정, 문학·미술로 드러난 상흔과 치유, 그리고 국회의 입법 노력을 한자리에서 조명했다.

형무소 엽서, 4·3피해신고서, 진상조사보고서 등 세계기록유산 기록물과 함께 강요배·박경훈 작가의 작품 등이 전시돼 4·3의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보여줬다.

특히 4·3 유족들이 직접 참여한 문학·미술 치유 프로그램의 결과물은 과거사 해결이 현재진행형의 치유와 화해 과정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줬다.

도는 앞으로도 각국의 한국 문화원과 대사관 등을 활용해 해외 주요 도시에서 4·3 관련 전시와 국제 학술 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외 교민, 유학생, 현지인 등에게 4·3의 역사와 보편적 가치를 홍보하고 기록물 해설자료와 영상 콘텐츠 교육자료를 다국어로 개발 중이다.

미래세대 4·3을 올바로 전승하기 위한 교육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도교육청과 협력해 4·3 기록물 기반의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제주대학교 4·3융합전공과정 이수자로 구성된 전문 강사단도 운영한다.

전국화·세계화 전략의 다음 축은 기록 인프라 구축이다.

올해 4·3아카이브 기록관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비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며 기록관 건립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11월 열린 토론회에서 김재순 전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장은 기록관의 운영과 방향은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전 관장은 "유네스코 등재 기록물의 핵심적 가치는 국가폭력에 대항해 유족과 도민이 수십 년간 직접 생산하고 수집한 '아래로부터의 기록'이라는 점"이라며 "다시 국가기관의 획일적 관리 체계에 편입되는 것은 기록물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