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추경호 영장기각.."무리한 영장 청구 vs. 뒤끝 남는 법원 판단"

이환주 기자,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3 16:11

수정 2025.12.03 16:08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새벽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새벽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8월 이후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
청구일 피의자 혐의 결과
8월 24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우두머리방조, 위증 8월 27일 기각
10월 9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10월 15일 기각
11월 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12월 3일 기각
11월 7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직무유기, 국정원법 위반 11월 12일 발부
11월 11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11월 13일 기각
11월 12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내란선동, 공무집행방해 11월 13일 기각


[파이낸셜뉴스]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받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특별검사팀의 무리한 영장청구'라는 비판과 '영장 전담 재판부의 뒤끝 남는 판단'이라는 의견이 교차한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내란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도망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앞서 용산 대통령실에 칩거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741쪽 의견서, 영장기각 예상됐던 일"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의 영장 기각을 두고 혐의 입증에 실패한 특검의 무리한 영장청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변호사는 "구속 영장 발부는 범죄 소명 여부를 법원이 판단한 뒤, 범죄 혐의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증거인멸, 도주)이 모두 성립해야 한다"며 "추 의원은 비상계엄 당시 행정부 관료(공무원)가 아닌 야당의 국회의원이었는데 내란 주요 임무 수행을 하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은 추 의원이 비상계엄 당일 밤 국회에서 계엄 해제에 관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거나 지연하는 방식으로 내란 주요 임무를 수행했다고 봤다. 당시 추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로 국힘 의원들이 표결 장소로 오지 못해 의결 정족수에 미달했다면 비상계엄이 성공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특검의 741쪽 의견서와 304쪽 분량 PPT 자료를 보면 구속영장 기각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내란공범으로 구속할 사유가 충분했다면 70쪽 분량이면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끝 남는 법원 판단..특검은 유감 표명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후 "사실관계가 명백한데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구속수사할 수 있겠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국민들도 모두 확인한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신속히 공소를 제기해 법정 공방을 통해 합당한 판단과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특검은 이날 기준 총 13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중 6번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했다. 2024년 일반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이 23%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높다. 특검의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비판도 있지만 법원의 영장 심사 기준이 유독 엄격하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론에서 특검의 영장 기각률이 높은 것은 △불구속 수사 원칙 △고위직은 도주 우려 낮고, 주거지 특정 가능 △법적 지식을 통한 형사사법 절차상 방어권 최대화 △여론 집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신중한 판단 등이 꼽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영장전담판사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수원지법에 근무하던 판사 3명이 동시에 영장전담 판사가 된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영장전담판사는 밤을 새우는 등 과로하고 사회적 관심도도 높아 판사들도 기피하는 직무인데 한 지법에서 동시에 3명이 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3명의 판사는 박정호 부장판사(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 정재욱 부장판사(한덕수 전 국무총리 영장 기각), 이정재 부장판사(추경호 의원 영장 기각) 등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관행과 안전성을 중시한 법원이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영장 기각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무리한 재판 진행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설명이나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법원이 사법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