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대만 챙기는 트럼프, 겉으로 위장전술?
트럼프, 의회 넘어온 대만 관계 강화법 서명
美 재무, 대만과 관계 "변함 없다"...유사시 美 개입 여부는 답변 거부
새 NSS에서도 대만 방어 아닌 "대만 분쟁 억제" 강조
의회 압박에도 '전략적 모호성' 기존 전략 고수
美 정가에서는 대만 방어 vs 현상 억제 진영 대립
대만 중요성 알고 있지만 中과 충돌 시 대가 더 크다고 판단
대만 및 주변 동맹에게 방위 책임 맡겨, 美는 멀리서 지원 선호
[파이낸셜뉴스] 중국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는 대만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세계 3차 대전을 각오할만큼 대단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대신 트럼프 정부는 대만 및 대만 주변의 미국 동맹국에게 더 많은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미국은 멀리서 지원하는 '덜 위험한' 전략을 원한다.
미국 백악관은 5일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군사적 우위를 유지함으로써 대만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우리는 대만에 대한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대만 분쟁 억제'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대만을 직접 지킨다는 표현은 넣지 않았다.
미국은 중화민국이 1949년에 중국 본토 국공내전에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에 패해 대만 섬으로 도망간 이후 중화민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미국은 그러나 1979년에 중국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국제적으로 하나의 중국만 인정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따라 중화민국과 단교했다. 미국은 단교 당시 ‘중화민국’ 명칭을 말소하고 ‘대만 정부’라는 명칭을 써서 대만관계법을 통과시키고 관계를 정리했다.
미국은 해당 법률에서 직접적으로 대만을 보호한다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다만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하고 “대만의 경제와 사회, 안보를 해치는 어떠한 강압과 폭력 행위에 저항할 수 있도록 미국의 역량을 유지한다”고 적었다. 미국은 이후 1982년에 대만관계법이나 대만 주권에 대한 기존 견해를 수정하지 않고, 중국과 상의 없이 대만에 무기를 무기한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6개 보장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대만관계법과 6개 보장안을 기반으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을 동원해 대만과 중국 문제를 다뤘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2024년까지 재임하는 동안 4차례에 걸쳐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정부나 올해 2기 정부 들어서도 공개 석상에서 미국이 대만을 지킨다고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1기 정부 재임 당시였던 2020년에 대만보장법에 서명했고, 지난 2일에도 개정안 서명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대만을 확실히 지지한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6일 보도에서 트럼프가 보도 전날 최근 중국과 사이가 틀어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다카이치에게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관계자는 트럼프가 유사시 대만과 중국의 갈등에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던 다카이치에게 "발언 철회를 압박하지 않았지만 어조가 미묘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통화 이후 중국과 사이가 좋다며 "이제 우리는 큰 그림(big picture)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재개한 트럼프는 지난 10월 한국 부산에서 시진핑과 담판 이후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하고, 내년 4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도 대만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호주 국립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이 운영하는 국제관계 전문 플랫폼 이스트아시아포럼(EAF)은 지난달 4일 기사에서 트럼프가 대만을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라 협상을 위한 카드로 취급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만 외교부의 우즈중 대만 정무차장(차관)은 지난달 25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시진핑과 통화 이후 대만을 언급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대만)가 언급되지 않는 것이 최선의 결과다. 이는 우리가 협상의 일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상 억제파의 대표 인물인 콜비는 2021년 저서에서 "대만과 필리핀, 한국을 미국 방어선에 넣어야 하지만 이들 지키기 위해 미국민들에게 너무 큰 요구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상 억제파는 대만을 지켜서 얻는 국익보다 중국과 정면충돌에 따른 대가가 더 크다고 본다. 디플로맷에 따르면 현상 억제파들은 대만이 스스로 방어력을 키우고, 대만 방어의 책임을 호주나 일본같은 주변의 미국 동맹국들에게 위임하길 원한다. 동시에 미국은 '불쏘시개'에서 멀리 떨어져 당사국들을 지원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트럼프 정부가 유럽 동맹들에게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들어 대만의 방위비 확대를 줄곧 요구했으며, 대만에 미국 무기를 공급하는 방식을 공여 대신 돈을 받고 파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지난 7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콜비는 과거 수개월 동안 호주 및 일본 국방 관계자들에게 중국의 대만 침공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미국 백악관은 5일 발표한 NSS에서 "우리는 제1 도련선(島線·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은 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며 "동맹은 국방지출을 늘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집단 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외국어 대학의 강준영 국제전략학 교수는 미국의 대만 전략에 대해 "트럼프가 현안이 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시키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중일관계나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는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모호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대만 보장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그러나 이번 법안의 통과로 대만에 대한 방위 공약 등 대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트럼프 정부는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