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낙선 목적 비방 죄책 가볍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은행 이사장 선거에서 경쟁 후보를 떨어뜨리고자 허위 비방 문자를 대량 전송한 7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김성은 판사)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3월 서울 구로구에서 실시된 은행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뒤 현직 이사장이자 연임에 도전한 B씨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은행 회원 5000명에게 B씨와 아들 C씨에 대한 비방 문자를 두 차례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월 A씨는 "장기 집권을 꾀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숨기거나 감추고 싶어한다"며 "은행에 친인척이 함께 근무할 수 없단 조항에도 자녀를 근무시켜 금수저로 만들어 놓고, 막상 이사장 출마에 걸림돌이 되자 자녀를 퇴직시켰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당시 문자에는 "자녀인 금수저로 인해 억울하게 퇴직을 한 전 은행 직원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가슴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A씨 주장과 달리 B씨와 C씨가 같은 은행에서 근무한 것은 은행 정관상 규칙 위반이 아니었으며, 이들로 인해 다른 직원이 억울하게 퇴직한 바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같은해 3월에도 "친인척 금지 조항에 따라 이사장과 자녀는 함께 근무할 수 없음에도 아들을 금수저로 만들어 놓고 퇴직시켰다"며 "은행중앙회에서 수차례 아들의 퇴사를 종용했으나 무시하고 인맥을 통해 계속 근무하게 했다. 아들과 손주를 따라 이민 갈 준비가 된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는 문자를 전송했다.
하지만 실제로 은행중앙회는 C씨의 퇴사를 요구한 적이 없고, B씨가 가족을 따라 이민 가려던 사실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에서 대량 문자를 보낸 것은 인정하면서도 문자 내용을 사실로 믿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득표수 차이가 141표에 불과해 A씨의 행위가 선거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상대 후보자에 대해 불리한 내용의 허위 사실을 공표하거나 상대 후보자 및 그 비속을 비방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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