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수수료 58억달러
[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가 5일(현지시간)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를 720억달러(약 106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앞 길이 구만리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합의는 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승인을 받을지 알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한편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승인이 이뤄진다 해도 넷플릭스가 원하는 것처럼 신속한 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 지배력 강화
이미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는 워너 브라더스 영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보유한 WBD 인수에 합의했다.
넷플릭스가 WBD를 품으면 전 세계 온라인 스트리밍 구독자 수를 지금의 3억명에서 HBO 맥스의 1억2800만명을 더해 모두 4억2800만명으로 늘릴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의 절대 강자다.
CNBC는 6일 시장 조사업체 센서타워의 자료를 인용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MAU)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46%에서 합병 후 56%로 껑충 뛸 것으로 예상했다.
넷플릭스는 또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까지 품으면서 영화 제작, 배급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콘텐츠 시장 통합도 강화할 수 있다.
독점 논란과 정치적 변수
그러나 합병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양사 합병에 매우 회의적인 데다, 의회에서도 반독점 심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이 합병안에 ‘강한 회의론’을 나타냈다고 CNBC는 전했다.
강성 민주당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은 넷플릭스의 WBD 인수는 ‘반독점 악몽’이라면서 합병이 성사되면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 절반 가까이를 통제해 구독료 인상, 소비자 선택권 감소, 노동자 위험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적 변수도 있다.
WBD 인수전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이 아버지인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을 통해 넷플릭스의 인수를 불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엘리슨은 실리콘밸리의 몇 안 되는 트럼프 핵심 지지자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
그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은 이미 워싱턴에서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과 의원들을 상대로 넷플릭스 인수를 막아달라며 로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변호인단은 WBD에 보낸 서한에서 넷플릭스에 매각하는 계획은 접어야 한다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법에도 걸리기 때문에 이 합의는 “결코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발시 58억달러 해지 수수료
넷플릭스의 베팅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우선 신속한 심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심사를 맡을 주체는 미 법무부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도 12~18개월을 예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시장 지배력 강호에 대해 반박할 논리도 만들었다.
미 법원이 최근 구글 반독점 소송에서 기술 발전을 이유로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넷플릭스도 이 논리를 자사의 WBD 합병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자사가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이 높기는 하지만 공중파 방송, 케이블, 유튜브 등 광범위한 TV 시청 범주로 보자면 넷플릭스가 결코 시장 지배적인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컴캐스트 등 WBD 인수전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신 경쟁사들과 비평가들은 그러나 넷플릭스의 시장을 스트리밍 시장으로 한정해서 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넷플릭스는 문제가 없다며 WBD가 CNN, TNT 스포츠 등이 포함된 케이블 방송 디스커버리 글로벌 분사를 완료한 뒤인 내년 3분기 이후에 합병 거래가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규제 당국이 불허해 거래가 무산되면 넷플릭스는 WBD에 58억달러(약 8조5500억원) 해지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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