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명이 年251개 법안 만든다..여야 '입법 전쟁' 여파
국회 법제실, 1인당 연평균 251.8건 입안
20대 189.2건, 21대 220.6건에서 급증 추세
22대 국회서 총 2만931건 법안 의뢰 쏟아져
실제 본회의 가결은 900개..경제법안 378개
정치 양극화·정량적 의정 평가가 원인으로 지목
"법제 인력 충원하고 의정 평가 시스템 고쳐야"
[파이낸셜뉴스] 22대 국회가 입법 전쟁에 휘말렸다. 개원 1년 6개월여 만에 2만 건을 상회하는 법안 의뢰가 접수됐고, 같은 기간 1만3000여 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민생 법안들도 제출되고 있지만 여야 극한 대립으로 인한 정쟁 법안·숙의 없는 '이슈 렉카', 베껴 쓰기 법안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계엄과 탄핵, 대선 등 여야의 강대강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실제로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사례는 매우 적다는 점에서 '민생을 볼모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법제실 직원 1인당 연평균 입안 처리 건수는 매 국회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대 국회에서는 법제인력 57명이 4만3135건(1인당 연평균 189.2건)의 입안을 담당했고, 21대 국회에서는 법제인력 50명이 4만4122건(1인당 연평균 220.6건)의 입안을 처리했다. 법제실에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과중되는 업무량으로 고된 작업을 거듭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슈에 올라타기 위한 '렉카 입법'도 잇따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계엄 이후 60여 건이 넘는 계엄법 개정안이 쏟아졌다. 형법·형사소송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만 325건 제출된 것도 '정치의 사법화'와 무관하지 않다. 올초 가상자산이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회는 여야 가리지 않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안'을 14건 내놨는데, 개별 의원들의 산발적·속도지향적 법안 발의로 통합된 안이 마련되지 않아 정작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 목적인 이용자 보호 보다 이슈 선점과 대외적 홍보 등이 중요하다는 여야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회의원 의정 평가 기준에 '법안 발의 수'도 포함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나의 법안으로 제작해도 되는 것을 여러 법안으로 나누는 '쪼개기 입법' 등을 통해 발의 수를 늘리는 방식도 사용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입법이 성과 위주로 변질돼 자신의 치적 홍보물에 담기 위한 것이 돼 질적 향상보다 양적 팽창만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경제법안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가결된 정무위원회(금융)·기획재정위·법제사법위(상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국토교통위 법안은 378건이다. 21대 국회에선 같은 기간 해당 상임위 법안이 596건 가결된 대비 63.4%로 감소한 수치다.
실제로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지만 야당이 합의하면서 본회의에 상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한 차례 지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등에 반발해 비쟁점법안을 포함한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에는 항공기 보안점검 의무 위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본회의 퇴장과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성 반대로 부결된 바 있기도 하다. 박성태 정치평론가는 "서로 이견이 없는데도 법안이 진영싸움의 볼모가 돼 있다"고 꼬집었다.
의원들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안 발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숙의를 거쳐 법안 처리 및 후속 조치까지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유권자들의 민원과 의견을 얼마나 잘 청취하고 응답했느냐를 중요하게 본다"며 "국민들과의 소통과 그 결과물을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이해람 김형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