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방서장 때도 유해물질 장기간 노출"
[파이낸셜뉴스] 30여년 간 소방공무원으로 있으면서 관리직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인사혁신처의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문지용 판사)는 지난 10월 22일 소방공무원 A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A씨는 1995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근무하다가 2021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무원 요양급여는 공무 수행 중 얻은 부상이나 질병으로 요양·재활이 필요한 경우 진단비와 약제비, 수술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인사혁신처는 그러나 2023년 3월 A씨의 신청을 불승인했다. A씨가 임용된 초기 2년 2개월만 화재 진압·구조 업무를 했고, 그 후로는 부서장, 소방서장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 관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이에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관리직으로 근무하면서도 화재현장에 계속해서 대원들을 지휘하기 위해 현장에 계속 출동했지만, 재직하는 29년 동안 개인보호장구를 충분히 지급받지 못해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또 백혈병과 관련 있는 질환으로 진단·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가족력·유전력도 없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소방본부가 산정한 A씨의 화재현장 출동건수 1431건 중 1047건을 인정하며 근무이력 대부분이 진압·구조 업무를 수행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인정한 1047건은 진압대원으로 출동한 188건, 출동부서장으로 출동한 370건, 당직책임관으로 출동한 420건, 소방서방으로 출동한 69건으로 구성된다.
재판부는 "원고의 실제 출동건수가 1047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더라도, 앞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적어도 수백 건의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화재진압업무 등을 수행하였음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도 '원고가 약 29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화재 진압업무에 종사하였다면 공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부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