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주4.5일제·정년연장·노란봉투법… 中企, 희망이 안보인다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8:23

수정 2025.12.14 18:22

고비용에 시름하는 中企 (중)
줄잇는 '親勞정책 패키지'에 한숨
인건비 부담·생산성 저하 등 우려
업계 "신중 접근" 대책 마련 호소
정부 뾰족한 해결책 내놓지 못해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5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년연장을 환영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싯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5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년연장을 환영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싯

2026년 병오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소기업들은 새해에 대한 희망은 뒤로한 채 한숨만 쉬고 있는 모습이다. 주4.5일제, 정년연장, 노란봉투법 등 업계에 달갑지 않은 정책들만 줄이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정부에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주4.5일제·정년연장·노란봉투법… 中企, 희망이 안보인다

■주4.5일제에 노봉법까지…

14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 주4.5일제 도입지원 시범사업을 위해 324억원을 투입하고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 제정법'을 입법해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이에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4.5일제 도입은 이재명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국정과제로 지정하면서 불이 붙었다. 노동계는 저출생과 고령화 대응, 삶의 질 제고 등을 이유로 주4.5일제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반면 경제계는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주4.5일제가 시행되면 납품기일을 맞추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년연장 역시 부담이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정년연장보다는 선별 재고용 방식 등 임금과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고령인력 활용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점진적인 선별 재고용은 직무·성과·건강상태 등에 따라 고용연장 대상자를 결정하고 재고용 시 새로운 근로계약을 통해 고용기간과 임금조정이 가능한 방식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정년제가 있는 30인 이상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연장 의견조사 결과 응답기업 86.2%는 정년퇴직자에 대한 고용연장 방식으로 선별 재고용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법정 정년연장이라고 답한 곳은 13.8%뿐이다.

법정 정년을 연장할 경우 가장 부담되는 것은 인건비 증가(41.4%)를 꼽았다.

부산에서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A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은 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미 정년이 지나서도 일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고용연장에서 가장 큰 부담이 인건비이기 때문에 정부가 고용지원금, 조세 등 재정지원을 통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노란봉투법 시행도 넘어야 할 산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협력기업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중소제조기업 50%가 수급기업인 상황에서 거래단절과 이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에 광범위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최소 1년 이상 시간을 가지고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정책 파급력 커…신중히 접근해야

하지만 정부는 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김기문 회장은 최근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최근 노조법이 개정되고 법정 정년연장이나 주4.5일제 같은 주요 노동 이슈에서 경영계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어 말하기도 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법으로 갑자기 정년연장을 하면 청년고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본처럼 재고용 방식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며 "만약 주4.5일제가 시행되면 대기업들이 인건비 등 증가비용을 중소기업 납품단가를 깎는 식으로 전가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