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로비 여부' 쟁점
윤영호 "한 총재 지시" 진술 신빙성 확인
전재수 전 장관 등 추가 압색영장 발부도
윤영호 "한 총재 지시" 진술 신빙성 확인
전재수 전 장관 등 추가 압색영장 발부도
[파이낸셜뉴스]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통일교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접견 조사를 마쳤다.
1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한 총재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를 찾아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약 3시간가량 진행됐다.
한 총재는 통일교 교단 차원에서 여야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과 금품을 제공하도록 지시하거나 승인한 최종 책임자로 지목돼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2018년부터 2020년 무렵 통일교 측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전달한 정황과 관련해 해당 금품 공여가 한 총재의 지시 아래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한 과정이 개별적 교류였는지, 교단 차원의 조직적 로비였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 수사와 법정 진술에서 "한 총재의 지시를 받아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지난 11일 윤 전 본부장을 상대로 서울구치소에서 약 3시간 동안 접견 조사를 진행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한 바 있다. 반면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한 총재 접견 조사에 앞서 지난 15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2시 40분까지 약 15시간 40분 동안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의혹 연루 정치인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총 10곳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2018년 무렵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과 회계 자료 등 다수의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찰은 전 전 장관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통일교 행사와 관련된 축전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 기록에 따르면 전 전 장관은 2018년 이후 통일교가 주최한 행사에 여러 차례 참석하거나 축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러한 행사 참석과 축전 전달 사실을 토대로 한 총재가 정치권 접촉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보고받았는지, 금품 제공 의혹과의 연관성이 있는지를 집중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전 전 장관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1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으나 윤 전 본부장이 전달했다고 진술한 시계 실물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김 전 의원 관련 압수수색 영장에는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이 천정궁에서 현금 3000만 원이 담긴 상자를 전달했다"는 내용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혐의를 받는 정치권 인사들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또 지난 7월 특검팀이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총재 개인 금고에서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280억원 상당의 현금 뭉치가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추가 거주지가 드러날 가능성에 대비해 전 전 장관과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에 대해 주소를 특정하지 않은 압수수색 영장을 별도로 발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수색 도중 새로운 거주지가 확인될 경우 별도의 영장 재청구 없이 즉시 집행하기 위한 조치로, 핵심 피의자들이 여러 곳을 오가며 생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설명이다. 경찰은 다수 장소를 동시에 겨냥한 점을 고려해 압수수색 영장 유효기간도 다음 달 14일까지로 설정해 약 한 달의 기간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핵심 증거를 조속히 확보해 혐의 적용 범위를 정리하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만큼 시효 만료가 임박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통일교 관련 수사기록 확보 차원에서 진행한 김건희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도 실질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다만 확보한 디지털 증거물에 대한 이미징(디지털 증거 복제) 작업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이날은 소수 인력만 현장에 파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1일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제기한 김건희 특검팀의 편파수사 고발 건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첩이 진행된 상태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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