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광진경찰서장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치안은 심리다. 경찰이 사소한 범죄 신호에도 즉각 반응해 주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해소해야 신뢰로 이어진다."
박재영 서울 광진경찰서장은 25일 "거창한 성과보다 주민의 불안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경찰 내 본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광진구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광진 토박이'인 박 서장은 동자초·신양중·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치안 책임자로 돌아왔다. 27년 경찰 생활 동안 월드컵과 대규모 집회, 탄핵 정국 등 굵직한 현장을 거친 박 서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은 건 올해 어린이날 캠페인이다.
박 서장의 치안 철학은 '사회적 약자 중심'이다. 그는 "경찰 등 공공자원은 노인·어린이·장애인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우선 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박 서장은 부임 후 발달장애 학생이 다니는 광진학교와 이주 아동의 교육을 위한 몽골학교, 고령 학습자들이 모인 세종한글교육센터를 직접 찾았다. 세종한글교육센터에서는 노인 대상 범죄예방 특강을 진행해 역대 광진경찰서장 중 최초로 140명의 어르신들로부터 친필 감사패를 받았다.
박 서장은 노인 대상 범죄뿐 아니라 노인이 가해자가 되는 사례까지 분석해 1시간 분량의 교육안을 직접 만들었다. 노인이 의류수거함에서 옷을 가져가 절도죄로 처벌받거나 아동 접촉을 둘러싼 오해가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강의안은 현재 10개 지역 관서와 경로당으로 확산됐다.
그는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도 "단순 사기가 아닌 금융살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 재산을 잃은 70대 노인, 결혼준비자금 7300만원을 빼앗긴 30대 예비신부의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 같은 피해는 개인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다"고 경고했다.
광진경찰서의 카카오톡 채널 '광진경찰 알림톡'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박 서장은 "관공서·상인회·금융기관 등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찰이 만든 보이스피싱 예방 콘텐츠를 다단계식으로 확산시키며 '손품'을 팔았다"면서 "'뿌리는 홍보'에서 '스며드는 홍보'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박 서장이 반복해 강조한 키워드는 '반응'이다. 실제 광진경찰서는 어린이에게 사탕을 건넨 노인의 선의가 경찰 신고로 이어진 사건, 학교 앞 알몸 노출 신고, 여성 1인 가구의 귀갓길 동행 요청까지 그냥 넘기지 않았다.
무전취식·주취폭력 대응에서도 원칙은 같았다. 광진경찰서는 화양동 '맛의 거리'에서 연쇄 무전취식을 저지른 30대 남성을 상습범으로 판단해 구속했고 그 결과를 상인들에게 직접 알렸다. 혐중 집회 대응에서도 행진 동선을 사전에 조정하고 혐오 발언과 불법 요소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주민 불안 해소에 총력을 기울였다.
박 서장은 어린이대공원과 대학가, 1인 가구 밀집 지역과 고령층 주거지가 공존하는 광진구 특성에 맞춰 권역별 치안 전략도 입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광진경찰의 경쟁력으로는 지방정부·주민과의 연대와 소통을 꼽았다. 군자역 횡단보도 신설·고위험 정신질환자 공공병상 확보·유휴 치안센터 활용은 모두 이런 협업의 결과다. 박 서장은 "광진에서는 '경찰은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신뢰만큼은 주민들께 분명히 남기고 싶다"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 환경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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