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신체 중 손가락 하나와 발가락 하나만 사용 가능한 하반신 마비 상태의 중국 남성이 스마트 농장 제어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고 스타트업까지 창업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서부 충칭에 거주하는 리샤(36)는 5세 무렵 근이영양증 판정을 받았다.
근이영양증이란 근육의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시간이 흐를수록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소실되는 희귀 질환을 의미한다.
이 질환으로 인해 리샤는 초등학교 5학년 과정 중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으며, 그 이후의 삶에서 공부는 그를 지탱해 준 유일한 수단이었다.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 분야에 매료된 그는 25세가 되던 해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히기 시작했다.
리샤는 “컴퓨터를 처음 접한 건 여동생이 집에 가져온 교과서였다”라며 “그 책에 나오는 모든 개념이 흥미를 끌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해당 서적을 수차례 반복해서 읽었다는 그는 “매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여동생이 어떤 새로운 컴퓨터 책을 가져올지 기대하며 손꼽아 기다렸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병세는 더욱 깊어졌고, 보행 능력을 상실한 데 이어 일상적인 자기 관리조차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식사와 호흡마저 버거울 정도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리샤는 손가락 하나와 발가락 하나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지경에 처했으나, 2021년 초 무토양 재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이는 리샤에게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현대적 농업 방식을 접목해 자신이 쌓아온 지식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보겠다는 과감한 구상을 하게 만들었다.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하면서도 그는 단 하나의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가상 키보드를 두드려 농장 전반을 관리하는 완벽한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구축해 냈다.
2017년 부모의 이혼 이후 리샤를 돌보는 일은 온전히 어머니 우디메이의 몫이 되었으며, 우디메이는 아들의 세밀한 지시에 따라 모든 실무적인 작업을 수행했다.
과거에는 회로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우디메이는 아들의 가르침을 통해 점차 ‘능숙한 기술자’로 거듭났다.
그녀는 제어 기판의 납땜 작업부터 네트워크 배선 설치, 회로 연결 및 각종 농기구의 유지 보수 기법까지 모두 섭렵했다.
이들 모자가 거둔 최근의 눈부신 성과 중 하나는 리샤의 지휘 아래 우디메이가 원격 제어 무인 차량을 직접 조립해 배송 물품을 수거하도록 만든 일이다.
현재 리샤의 농장은 안정적으로 가동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그는 새로운 재배 공법을 도입해 방울토마토 등 재배 작물을 늘려 농장의 품목을 다변화할 구상을 하고 있다.
중국 국영 방송 CCTV를 통해 소개된 그의 사연은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으며 열렬한 응원을 이끌어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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