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19억3000만원…조직원 20명 입건, 11명 구속기소
[파이낸셜뉴스] 캄보디아 국경도시 포이펫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로맨스스캠과 투자사기를 결합해 거액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부 합동수사에 적발됐다. 이들은 재력과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으로 가장해 피해자들과 관계를 쌓은 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투자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가짜 투자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해 2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30일 중국인 총책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포이펫 소재 로맨스스캠·투자사기 범죄단체의 실체를 규명하고 조직원 20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11명을 구속 기소,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추적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 결과 이들은 △한국에서 조직원을 모집·공급하는 '에이전시' △현지 조직을 관리하는 관리책 △통역인 △피해자를 직접 기망하는 상담원(채터)과 여성 텔레마케터(TM)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조직은 범행에 앞서 사칭할 여성의 신상정보와 사진·영상, 대화 대본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상담원들은 며칠 간 피해자들과 일대일 채팅을 이어가며 재력과 일상을 과시한 뒤 '스페이스X 인공위성 투자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설정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후 미리 제작된 가짜 스페이스X 앱 설치와 투자를 유도했고, 피해금은 가상자산 테더(USDT)나 달러로 받아 원화로 환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액은 총 19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조직원 상당수는 "취업사기에 속아 캄보디아로 가 범행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합수단은 휴대전화 포렌식과 IP 역추적 등 과학수사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했다. 실제로 조직 내부 공지방에서는 성과에 따른 수당과 인센티브 관련 내용이 공유됐고 피해자를 기망한 대화 사례가 '노하우'처럼 오간 정황도 확인됐다.
이번 수사는 국정원이 확보한 국제범죄 정보를 토대로 약 9개월 간 진행됐다. 합수단은 "캄보디아 현지 채터부터 관리책, 통역인, 한국 내 에이전시에 이르기까지 가담 기간과 역할을 가리지 않고 추적·검거했다"며 "범죄수익 역시 철저히 환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22년 7월 출범한 합수단은 지난달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외 총책 등 1060명을 입건하고 420명을 구속한 바 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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