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젊은 여성인 줄 알았는데"...'가짜 스페이스X'로 19억 뜯은 로맨스스캠 일당 기소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0 15:47

수정 2025.12.30 15:46

피해액 19억3000만원…조직원 20명 입건, 11명 구속기소
캄보디아 국경도시 포이펫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19억원이 넘는 금액을 갈취한 범죄단체가 합수단에 적발됐다. 이들은 재력과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으로 가장해 피해자들과 관계를 쌓은 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투자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가짜 투자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캄보디아 국경도시 포이펫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19억원이 넘는 금액을 갈취한 범죄단체가 합수단에 적발됐다. 이들은 재력과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으로 가장해 피해자들과 관계를 쌓은 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투자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가짜 투자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캄보디아 국경도시 포이펫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로맨스스캠과 투자사기를 결합해 거액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부 합동수사에 적발됐다. 이들은 재력과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으로 가장해 피해자들과 관계를 쌓은 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투자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가짜 투자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해 2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30일 중국인 총책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포이펫 소재 로맨스스캠·투자사기 범죄단체의 실체를 규명하고 조직원 20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11명을 구속 기소,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추적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 결과 이들은 △한국에서 조직원을 모집·공급하는 '에이전시' △현지 조직을 관리하는 관리책 △통역인 △피해자를 직접 기망하는 상담원(채터)과 여성 텔레마케터(TM)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채팅은 남성 채터가 여성인 척 진행하되 피해자가 통화를 요구할 경우 실제 여성 TM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의심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은 범행에 앞서 사칭할 여성의 신상정보와 사진·영상, 대화 대본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상담원들은 며칠 간 피해자들과 일대일 채팅을 이어가며 재력과 일상을 과시한 뒤 '스페이스X 인공위성 투자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설정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후 미리 제작된 가짜 스페이스X 앱 설치와 투자를 유도했고, 피해금은 가상자산 테더(USDT)나 달러로 받아 원화로 환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액은 총 19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조직원 상당수는 "취업사기에 속아 캄보디아로 가 범행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합수단은 휴대전화 포렌식과 IP 역추적 등 과학수사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했다. 실제로 조직 내부 공지방에서는 성과에 따른 수당과 인센티브 관련 내용이 공유됐고 피해자를 기망한 대화 사례가 '노하우'처럼 오간 정황도 확인됐다.

이번 수사는 국정원이 확보한 국제범죄 정보를 토대로 약 9개월 간 진행됐다. 합수단은 "캄보디아 현지 채터부터 관리책, 통역인, 한국 내 에이전시에 이르기까지 가담 기간과 역할을 가리지 않고 추적·검거했다"며 "범죄수익 역시 철저히 환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22년 7월 출범한 합수단은 지난달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외 총책 등 1060명을 입건하고 420명을 구속한 바 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