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 발표
2020년대 열대야 일수 28일…1910년대 대비 4.2배 증가
평균 기온 5년 새 0.9도↑... "기후 상승 속도 자체가 달라져"
비 오는 날은 줄고 시간 당 100㎜ 등 강도는 세져
기후 위기 이미 일상... 경제적 비용 확대 반복 우려
2020년대 열대야 일수 28일…1910년대 대비 4.2배 증가
평균 기온 5년 새 0.9도↑... "기후 상승 속도 자체가 달라져"
비 오는 날은 줄고 시간 당 100㎜ 등 강도는 세져
기후 위기 이미 일상... 경제적 비용 확대 반복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0년대 들어 한반도 평균 기온이 약 0.9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1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100년 동안 1.9도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5년여 만에 과거 50년치 상승 폭에 도달한 셈이다. 비가 내리는 날은 줄었지만, 한 번에 쏟아지는 강수의 강도는 오히려 커졌다.
이같은 변화는 '기후 이변'이 아니라 기후의 '기본 값' 자체가 바뀌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길어진 여름...잠 못 드는 더운 밤도 늘어
기상청이 30일 발표한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 평균 기온은 10년당 0.21도로 뚜렷한 상승 추세를 보였다.상승 온도는 2020년 들어 급격히 빨라졌다. 2020년대 평균 기온은 14.8도로 불과 10여 년 만에 0.9도가 추가 상승했다. 1910년대 평균 기온은 12.0도에서 2010년대에는 13.9도로 약 100년 동안 1.9도가 올랐다.
연 평균 기온이 높았던 연도를 살펴보면 상위 10개 가운데 7개가 최근 10년에 집중됐다. 2024년(15.4도), 2023년(14.8도), 2021년(14.5도)이 각각 1위, 2위, 3위를 기록했다. 더운 해가 드물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후의 흐름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계절 구조는 ‘여름’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양상이 뚜렷하다. 과거 30년(1912~1940년)과 비교하면 최근 30년(1995~2024년) 동안 여름은 25일, 봄은 5일 길어졌다. 반면 겨울은 22일, 가을은 8일 짧아졌다. 과거에는 체감 기간이 가장 긴 계절이 겨울(109일)이었지만 최근 30년 동안은 여름이 123일로 가장 길었다. 최근 10년(2015∼2024년)만 평균을 내면 130일로 더 길었다.
이번 보고서에는 1900년대 초부터 관측 기록이 존재하는 인천 목포 부산 서울 대구 강릉 등 6개 지점에 대한 기온, 강수, 극한기후지수의 장기 기후변화(1912∼2024년) 및 최근 10년(2015∼2024년) 기후변화 특성과 함께 1973∼2024년의 지역별 및 도시·비도시 간 기후변화 특성 비교 등의 분석 내용을 포함했다.
비의 성격도 달라졌다
이 같은 변화는 일상생활에서도 체감할 수 있게 됐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가 201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 2020년대 폭염일 수는 16.9일, 열대야일 수는 28일로 증가했다. 이는 1910년대와 비교하면 폭염은 2.2배, 열대야는 4.2배 수준이다.
강수의 성격도 달라졌다. 지난 113년간 연 강수일수는 10년당 0.68일씩 감소한 반면, 연강수량은 10년당 17.83mm 증가했다. 강수 강도는 10년당 0.22㎜/일, 호우 일수는 0.08일, 시간당 50㎜ 이상 강수발생일수는 0.04일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호우가 각각 16개, 15개 지점으로 관측되며 급증세를 보였다.
비 오는 날은 줄었지만 한번 내릴 때 더 강하고 짧게 집중되는 경향은 뚜렷해졌다. 이는 장마철 침수나 산사태 위험 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열대야 발생 지역은 1970~80년대에는 일부 남해안과 제주 지역에 집중됐지만 2010년대에 우리나라 서쪽 전역으로 확대됐다. 2020년대 들어 열대야 일수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제주가 56.8일로 가장 많았고 여수(35.3일), 부산(33.3일), 포항(30.5일), 서울(29.5일) 등 해안과 대도시 지역에서 더 빠르게 진행됐다.
이 같은 변화는 경제적 비용 확대로 이어진다. 폭염과 열대야 증가로 냉방 수요가 상시화되면서 전력 피크 부담이 커지고,강수의 집중화는 침수·산사태 등 재난 복구 비용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어서다. 즉, 기후 위기는 단발성 비용이 아니라 구조적·누적적 비용 요인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최근 기후변화는 유례 없는 기온 상승과 더불어, 폭염, 열대야, 호우, 가뭄 등의 여러 극한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복합 재해의 양상으로 이어지며 지역별 차이도 강화되고 있어 국민 생명과 안전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만큼, 기상청은 폭염 중대경보 및 열대야 주의보 신설, 호우 긴급재난문자 확대 등 폭염·호우 대응체계를 개편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원인 규명을 통해 신뢰도 높은 분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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