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관중도 시청률도 1등인데 돈은 2등?"... 여자배구 '샐러리캡', 결국 인권위 심판대 올랐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1 13:47

수정 2025.12.31 16:48

KOVO, 내년부터 여자배구 샐러리캡 상한액 대폭 축소
1인 연봉 상한액 조정안까지 나오자 인권위 진정
인권위, 샐러리캡 하한 근거에 대해서 조사
관건은 "차등대우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느냐"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 사진.KOVO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 사진.KOVO

[파이낸셜뉴스] 코트 위에서는 '여제'들이 더 뜨거운 환호를 받지만, 연봉 계약서 앞에서는 작아져야만 했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의 연봉 상한제와 상금 규정을 둘러싼 '성차별 논란'이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을 받게 됐다.

31일 인권위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연봉 및 상금 규정과 관련해 제기된 3건의 진정을 조사과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흥행 지표'가 앞서는 여자부가 남자부보다 현저히 낮은 대우를 받는 것이 합리적인 차등인지, 아니면 성차별인지 가려내는 것이다.

이번 조사의 발단은 KOVO가 발표한 차기 시즌 규정 변경이었다.



KOVO는 2026~2027시즌부터 여자부 보수 개인별 상한액을 기존 8억 2500만 원(연봉 5억 2500만 원+옵션 3억 원)에서 5억 4000만 원(연봉 4억 2000만 원+옵션 1억 2000만 원)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시장 논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재 여자배구는 시청률과 관중 동원력 등 주요 흥행 지표에서 남자배구를 압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시즌 여자부의 TV 시청률은 남자부의 두 배에 달하며, 경기장 열기 또한 여자부가 훨씬 뜨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당 보수 총액(샐러리캡)은 남자부(56억 1000만 원)가 여자부(30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여기에 여자부에만 존재하는 '1인 연봉 상한액' 규제를 더욱 조이겠다는 결정이 나오자, 팬들과 여론은 "합리적 이유 없는 족쇄"라며 반발했고 결국 인권위 진정으로 이어졌다.

인권위의 칼날은 연봉뿐만 아니라 상금 규정까지 겨누고 있다. 우승의 가치마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매겨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정규리그 우승 시 남자팀은 1억 2000만 원을 받지만, 여자팀은 1억 원을 받는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상금 격차는 더 크다. 남자부 우승팀은 1억 원, 여자부는 7000만 원이다. 준우승 상금 역시 남자부(5000만 원)와 여자부(3000만 원) 사이에 2000만 원의 차이가 존재한다.

인권위 조사의 핵심 쟁점은 이러한 차등 대우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느냐다.

일반적으로 프로 스포츠의 보상은 시장 규모와 수익성에 비례한다. 하지만 현재 V-리그의 지표는 여자부의 수익성 잠재력이 남자부보다 높거나 대등함을 가리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남자부의 보수를 높게 책정한 것이 정당한 경영적 판단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안의 내용이 복잡해 조사가 통상적인 기간(3개월)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만약 조사 결과 차별로 인정되어 시정 권고가 내려질 경우, KOVO는 90일 이내에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