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의 상징인 '붉은 말'의 병오년
용맹과 기예로 강국을 건설했지만
갈수록 깊어지는 갈등의 골 아쉬워
감사와 용서는 화해와 통합의 시작
용맹과 기예로 강국을 건설했지만
갈수록 깊어지는 갈등의 골 아쉬워
감사와 용서는 화해와 통합의 시작
홍마(紅馬)의 해 병오년 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관우의 적토마를 떠올리게 하는 붉은 말은 도약, 활력, 생명력, 열정의 상징이다. 국운이 용솟음쳐 올라 대한민국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새해가 되리라는 기대를 한껏 가져도 좋다.
한민족은 시베리아 대륙을 말을 타고 누벼온 기마민족의 후예다. 말은 민족의 발상기부터 우리의 벗이 되고 발이 되어 동고동락해온 친밀한 동물이다.
문명을 선도한 서양 제국들을 뛰어넘어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외세의 침탈에서 벗어난 지 불과 80년. 내세울 부존자원 하나 없는 작은 땅에서 전쟁의 참극을 겪고도 단기간에 세계 10대 강국을 일궈낸 우리 아닌가. 수출 7000억달러라는 금자탑은 세계 다섯 나라만이 먼저 달성한 위대한 업적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산업 현장에서 흘려온 피와 땀이 서린 결실이기도 하다. 민족의 숨은 끼는 K팝의 세계 지배로 폭발했다. K영화, K드라마에 매료당한 서양인들을 보라. K식품, K화장품은 또 어떤가. 경제와 문화의 후진국 취급받던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것은 앞날이 화창하지만은 않은 탓이다. 제조업 강국의 자리는 주변국 공세에 위태롭다. 기간산업으로 한국을 떠받쳐 온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의 영화(榮華)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후발 주자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국력의 응집이 요구된다. 국민 통합은 절대적 요소다. 분열과 분산의 결과는 필패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는 중이다. 그동안 거대한 설비가 필요한 장치산업이 한국을 먹여 살렸다면 이제부터는 첨단산업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바이오 등이 대표 업종이다. 신속히 갈아타야 한다. K인더스트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워내야 한다. 여기에 대한민국, 후손들의 미래가 걸려 있다. 전통산업에 안주해 넋 놓고 있다가는 낙오자가 된다. 국가적 기로에 선 해가 새해 병오년이다. 솟아오르느냐, 뒤처지느냐의 갈림길이다.
대한민국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준 부모 세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자. 감사하는 마음은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선대 지도자들의 공적도 인정하자.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다. 과오만 따지는 것은 득 될 게 없다. 발전적·긍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그래야 미래가 보인다.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고 용서하면 원한 관계도 조금씩 풀린다. 키워서 물려준 나라를 번창일로에 올려놓는 것은 우리 몫이다.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최강의 선진국을 향해 한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저으며 거친 파도를 돌파해야 한다.
이념갈등과 정치대결이 어느 나라보다 유난스럽다. 압축성장의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기는 하다. 노사갈등이 그렇고, 좌우 대립이 그렇다.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가는 한 과정이다. 갈등은 발전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다만 극렬한 충돌은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다.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현실은 못내 아쉽다.
통합은 발전의 전제 조건이다. 분열과 갈등은 발전을 지체한다. 정치의 임무가 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일진대, 되레 분열을 부추긴다. 많은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고 증오한다. 그래도 정치는 정치다. 정치는 국민에게 종속된다. 국민이 정치를 좌우할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부화뇌동하지 않으면 된다. 이해하고 양보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손을 맞잡고 기도하며 하나가 돼야 한다. 통합은 참 어려운 길이다. 그래도 작은 것부터 시도해야 한다. 우리는 단일민족이다. 민족적·정치적 갈등이 더 격심한 나라도 많다. 프랑스는 16세기부터 극심한 종교적·사상적 갈등을 겪었다. 프랑스의 '톨레랑스'를 배워야 한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관용과 아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비상계엄의 충격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진이 남았다. '내란 특검'의 수사는 종결됐지만 여야 대립은 달라진 게 없다. 수사와 재판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필수적 작업이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 탄핵과 사법 판단은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을 재확인시켜 줄 것이다. 민주주의 이념을 되새기고 굳게 다질 계기가 될 것이다. 후속 과정은 사법부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제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를 돌보는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과잉은 우리의 앞날에 독이 될 수 있다. 국민은 넘쳐나는 정치행위에 지쳐 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진통이라고 해도 그렇다. 정치는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넘나들며 법 위에서 군림하려 든다. 한쪽을 억누르기만 하는 정치는 더 큰 반발을 부른다. 결국은 성장과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정치행위도 기실 한 정당의 일방적 독주에 기인한 것이다. 이 점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지구촌은 신냉전을 넘어 혼돈의 시대가 도래했다. 영원한 적도 없고 아군도 없다. 그때그때 이합집산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관세공격은 총만 들지 않았지 전쟁과 다름이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것과 오십보백보다. 약자는 강자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춘추전국시대 약육강식의 재현이다. 한때 한국을 적화의 위기에서 구해준 동맹국인 미국이다. 혼란스러운 정세 속의 국제 관계를 국내 한 연구기관은 '무질서의 세계'라고 이름 붙였다. 신냉전, 각자도생, 패권다툼이 뒤엉킨 세계 정세다. 덩달아 한국의 안보여건도 복잡해졌다. 이럴 때 효력을 발휘하는 외교적 수단이 실용주의일 것이다. 갈피 잡기 힘든 좌충우돌 상황의 대처법이다. 원칙에 매몰되지 않는 임기응변식 처세술은 국가 관계에서도 유효할 것이다.
백성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최고의 가치다. 그러자면 먼저 성장을 해야 한다. 곡식을 많이 수확해야 여러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고루 나누기는 다음 문제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국민 지지에 성장률로 답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소비쿠폰으로 허기진 배를 달랠 수는 없다. 그러면서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눈앞의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꾸준하고도 집중적인 투자가 따라야 한다.
우리는 열심히 살았다. 주경야독하며 봉제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제철소 용광로에 쇳물을 붓던 산업 역군들이 있었다. 그들도 이제 칠순, 팔순이 되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젊음을 오롯이 나라를 위해 바쳤다. 유공자가 따로 없다. 그에 비해선 만년이 마냥 풍요롭지만은 않다.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중흥을 위해 후세들이 더 힘을 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새해에는 비생산적 정쟁만큼은 자제해야 한다. 동심공제(同心共濟)는 언제 써도 좋은 글귀다. 한마음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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