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크레인에 깔렸어요" 잠실대교 공사장 사망사고 119 녹취 들어보니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5 15:41

수정 2026.01.05 15:37

"사람이 깔렸다" 119 신고 녹취로 본 사고 직후 혼란
잇단 공사장 참사 속 '형식적 안전관리' 도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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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잠실동 한가람로 인근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서 사람이 밑에 깔렸습니다. 지금 호흡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5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잠실대교 공사장 사망사고' 119 신고 통화 녹취록에는 긴급했던 당시 현장의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오후 3시19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대교 남단 나들목(IC) 연결체계 개선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A씨(66)가 27톤 크레인에 깔리자 신고자는 119에 전화를 걸어 "긴급 출동을 좀 해 달라"며 구조를 요청했다.

119 근무자가 "몇 명이냐"고 묻자 신고자는 "한 명"이라고 답했고 근무자가 "사람이 깔려서 아예 안 보이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사람은 보이는데 움직임이 없다.

호흡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현장은 피해자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고는 10∼15톤가량의 철제 구조물을 들고 대기 중이던 크레인이 전도되면서 발생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씨가 크레인과 현장에 적재된 자재 사이에 끼였고 소방 당국은 인력 71명과 차량 16대를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A씨는 사고 발생 약 2시간 37분 만인 당일 오후 5시56분께 구조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고 이후 경찰은 크레인 전도 원인과 하중 관리 및 지반 상태·전도 방지 조치·작업 통제 및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직후 해당 공사 현장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시공사인 삼환기업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삼환기업 측은 대표이사 직무대행 명의 입장문을 통해 "향후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을 종합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장 안전관리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역 신안산선 공사장에선 철근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노동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이후 책임 규명뿐 아니라 사전 안전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재 산업안전 관련 법·제도가 현장에서 예측하고 이행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어 형식적인 '페이퍼 세이프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잠실대교 공사현장 사고의 경우에도 원청과 크레인을 소유·임대·설치·사용하는 여러 주체의 역할과 책임이 불명확한 구조에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설정해야만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