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위한 증세에 유보적 견해
투기·실수요 구분하는 원칙 세우길
투기·실수요 구분하는 원칙 세우길
이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세금에 대한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과거 세금으로 집값을 억누르려 했던 정책들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가운데 세제와 관련해 정부는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15 대책 당시 정부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증세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당이 이를 부인하면서 혼선을 빚었고, 정책 신뢰에는 큰 흠집이 남았다. 최근에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세 강화를 시사하면서 또다시 시장을 동요시켰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당장은 세제개편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지방선거 이후 증세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는 오는 5월 9일 만료된다. 양도세 중과는 2021년 도입됐지만 2022년 이후 매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1년씩 유예기간이 연장돼 왔다. 이번에 중과가 재개될 경우 3주택자의 최고 실효세율은 82.5%까지 급등하게 된다.
문제는 유예 만료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이번에는 더 이상 유예 없이 중과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선거를 앞두고 한 차례 더 유예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시행되면서 다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매입한 주택을 매도하려면 세입자에게 이사비를 지급해 내보낸 뒤에야 거래가 가능하다. 정책 방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매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면서 시장에는 거래가 막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도세 중과로 매물을 유도하려는 정책 효과를 정부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세금정책은 작은 변화만으로도 시장을 흔든다. 증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칙과 예측 가능성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리는 메시지가 아니라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관된 원칙부터 제시해야 한다. 시장은 말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정책에 반응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