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접수 18% 늘어 2282건
"회생법원 신설 지역서 활발"
지난해 전국 법원의 법인 회생·파산 접수 건수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는데다, 회생·파산 제도 접근성이 높아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회생 신청 단계부터 실현 가능한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회생법원 신설 지역서 활발"
2일 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의 법인회생 접수 건수는 1317건으로 전년(1095건) 대비 20.3% 늘었다. 같은 기간 법인 파산 접수 건수도 2282건으로 전년(1940건)보다 17.6% 증가했다.
기업 밀집 지역인 서울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서울회생법원의 지난해 법인회생 접수 건수는 461건으로 전년 대비 28.8% 늘었고, 파산 접수 역시 1049건으로 18.8% 증가했다.
현장에서도 사건 급증을 체감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회생법원별로 사건이 빠르게 누적되면서 관리위원 면담 시 사건 목록이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띄고, 특히 최근 신설된 회생법원을 중심으로 사건 접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회생법원이 새로 생긴 지역을 중심으로 신청 건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법인 회생·파산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기 악화가 꼽힌다. 특히 건설업체나 스타트업 등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업종을 중심으로 회생·파산 신청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회생·파산 제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과거처럼 폐업으로 정리하기보다 법적 절차를 통해 정리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형 로펌의 도산 담당 변호사는 "과거에는 부도가 나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법적 절차를 통해 정리하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며 "낙인 효과에 대한 부담도 예전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생 절차가 순탄치 않게 파산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처럼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가 결국 폐지 후 파산에 이른 사건은, 회생 개시 단계부터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들 기업은 계속 영업을 이어갈 때의 가치(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산정됐고,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재무 상황이 악화돼 회생 절차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회생·파산 신청 단계부터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신청 단계에서부터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올 가능성까지 고려해 채무자 회사 임원 간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경영 현황을 보수적으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M&A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산 대상이 될 부동산의 권리관계를 미리 정리해 처분을 용이하게 하고, 제조업체의 경우 위탁판매처를 사전에 확보하거나 채권자들과 사전 조율에 나서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회생·파산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회생 절차에서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안 변호사는 "우리나라 회생 절차에서 외부 자금 조달은 사실상 목돈으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한정된다"며 "자금 조달에 보수적인 현실을 감안해 보다 다양한 외부 자금 유입 방식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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