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처벌 원치 않아" 호소 소용없어…즉결심판 벌금 5만원
전과기록에는 남지 않아…전력 알려지면 공무원 등 임용 제한
전과기록에는 남지 않아…전력 알려지면 공무원 등 임용 제한
[파이낸셜뉴스]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주기 전 '차비' 목적으로 2000원을 챙긴 뒤 사실상 범죄자로 몰린 50대 요양보호사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50대 요양보호사 A씨는 지난해 5월 17일 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의 승강장 쓰레기통 옆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카드지갑이었다.
막차가 들어오는 급박한 시간이라 일단 지갑을 집으로 가져간 A씨는 다음 날 아침 분실 장소 인근 우체통을 찾았다. 습득한 곳 근처에서 처리하는 게 주인을 찾기 쉬울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지갑을 우체통에 넣으려던 순간 A씨에게 '견물생심'이 생겼다. 카드와 함께 지갑에 들어있던 현금 2000원이 보였고 일부러 차비를 들여 현장까지 찾아온 게 떠올라 '거마비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2000원을 꺼내고 지갑은 우체통에 넣었다.
두 달이 지난 같은 해 7월, A씨는 지하철경찰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조사받으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우체통에 넣은 지갑이 주인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고 우체국에 보관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사이 사라진 2000원이 문제가 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A씨는 즉시 수사관을 통해 2000원을 반환했고 지갑 주인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경우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죄)가 아니라 수사를 멈출 수 없었고 경찰은 결국 A씨를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위원회는 즉결심판을 청구, 서울남부지법은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일반적 의미의 전과기록으로는 남지 않지만, 전력이 알려질 경우 공무직 임용 등에 제한을 받을 수는 있다.
지갑을 찾아주려다 사실상 '범죄'로 기록됐다는 게 억울한 A씨는 경찰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절차대로 했다'는 원론적 내용뿐이었다.
A씨는 연합뉴스에 "저는 주인에게 지갑이 안전히 돌아가기만을 바랐는데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범죄자 낙인을 찍은 건 너무 가혹한 형벌"이라며 "남은 인생의 생사까지 생각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경찰 수사 자료에 자신이 지갑을 돌려주려 한 정황이나 금액 반환에 대한 내용은 누락됐다. 오직 사건 실적을 위해 한 시민을 범죄자로 몰아세운 수사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수사 자료를 누락한 일이 없고 A씨를 형사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는 대신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부친 것 자체가 나름의 선처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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