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사망원인 불분명에도 보도연맹 진실규명 각하...법원 "위법"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8 13:07

수정 2026.02.08 13:07

다만 진실규명 취소에 대해선 '적법' 판단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국민보도연맹 희생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사 없이 신청을 각하하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유족 A씨가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제기한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족들은 지난 2020년 진실화해위에 가족 B씨가 1950년 한국전쟁 시기 국민보도연맹 집단살해 사과 관련해 행방불명됐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하며 시작됐다. 진실화해위는 B씨가 국민보도연맹과 관련해 군·경에 희생됐다고 판단,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위원회는 B씨가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판결문을 발견해, 재조사 후 B씨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을 취소하고 신청을 각하했다.

B씨가 형무소에서 '사망 출소'한 사실을 새롭게 확인, 기존 결정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본 것이다.

이후 유족들은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진상규명결정 취소 결정'과 '진상규명결정 신청 각하 결정'을 따로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신청 각하 결정'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교도소 기록과 사형 집행 관련 기록 등을 확인했을 때, B씨가 해당 판결 집행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국전쟁 전후로 이뤄졌던 민간인 즉결처형과 오인 처형 사례가 다수 발견됐던 점을 고려한다면, 유족 측의 진실규명 신청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어 재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B씨의 판결문에 있는 △판결이유가 생략된 점 △교도소 기록에 '사형 출소'가 아닌 '사망 출소'라고 기재된 점과 더불어 △B씨가 감금·구타 당했다는 유족의 진술 △B씨 형제가 군·경에 의해 희생된 점 등을 토대로 재판부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진실화해위가 재조사를 통해 사망 이유, 시간, 가해자, 불법성을 확인한 후 진상규명 결정 또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 등 여부를 살폈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조사를 하지 않고 각하 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취소 결정'은 적법판단을 내렸다.
이후 발견된 자료에 따르면 B씨가 1951년까지 생존했고, 사망 시기와 장소 등이 기존 진실규명결정과 달랐다는 것 때문이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